한때 한국을 방문할 때면 첫날 밤은 항상 오산리 기도원에서 기도를 했다. 오산리 기도원은 내가 머무는 곳에서 2시간 이상 걸리는 먼 거리에 있다. 그러나 그곳에는 개인 기도실이 있어서 즐겨 찾았다.
한번은 도착한 날 오산리 기도원을 가려고 차를 몰고 나왔는데 바로 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폭우가 심하게 쏟아졌다. 잠시 길에 차를 멈추고 가까운 곳에 기도원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감사하게도 20여 분 떨어진 곳에 대형 교회의 수양관이 있었다. 그곳은 매우 아름답고 시설이 좋았다. 그 이후로 시간이 나는 대로 그곳을 즐겨 찾았다. 이렇게 좋은 기도원을 세운 교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늘 그냥 사용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이 있어 사무실에 찾아가 100만 원을 감사헌금으로 드렸다.
시간이 날 때마다 기도원을 찾다 보니 그곳에서 섬기는 분들과 수시로 함께 예배를 드리며 교제의 시간을 가지곤 했다. 그분들은 입구부터 산 정상까지 직접 눈을 치우고 수백 명의 식사를 만들고 방 청소까지 노고가 많았다. 그런데 그분들은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중국에서 온 조선족이었다. 그래서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 번씩 그분들을 모시고 좋은 식당에서 대접해 드렸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함께 나가지 못하면 음식을 주문해서 드렸다.
한번은 기도원 책임자와 대화하는 중에 그분들의 월급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렇게 밤낮없이 고생을 하는데 고작 매달 100만 원 남짓 받는다고 했다. 원래 교회가 사역자들의 사례에 인색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건 너무 하는 것 같았다. 돈이 없는 교회도 아니고 한국에서 몇째 가는 대형 교회가 말이다. 진짜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임금을 적게 주기 위해 주로 조선족을 채용한다고 했다. 본인도 안타까워 당회에 수 차례 건의했으나 ‘교회는 돈 버는 곳이 아니고 섬기는 곳’이라면서 일축했다는 것이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세상보다 많이 주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세상에서 주는 만큼은 줘야 할 것 아닌가?
매번 봉투를 준비해서 그분들을 위로하였다. 그 이후 코로나로 오랫동안 한국을 방문하지 못했지만 내 마음은 늘 어려운 그분들에게 있다. 그래서 명절이 되면 약간의 위로금을 전달하고 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인색하면 안 된다. 성경의 원리는 아끼는 것이 아니라 풍족하게 베푸는 것이다. 일꾼들의 마음에 아픔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가족들을 떠나 외지에서 몇 푼이라도 벌려고 애쓰는 가난한 자들에게 교회가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 성경은 모든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라고 가르친다. 주님 오실 날이 가깝기 때문이다.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 (빌 4:5)
하나님께서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이스라엘 민족을 인도하실 때 수차례 애굽의 종 되었을 때를 기억하라고 하셨다. 우리도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도움을 얻고 살 때를 기억하면서 가난한 자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 더 큰 복을 내려 주신다.
“범사에 여러분에게 모본을 보여준 바와 같이 수고하여 약한 사람들을 돕고 또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여야 할지니라” (행 20:35)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