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장로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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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우리 교회 2024년도 장로선거에서 이례적으로 한 분만 피택(선출) 되었다. 남녀 14분이 당회에서 후보로 추천되어 1차, 2차 두 차례 교인들이 직접 투표했는데 10명까지 복수 기표하여 총투표자 수의 3분의 2를 얻은 후보가 한 사람밖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은퇴한지 여러 해가 되어 주일예배 외에는 교회의 여러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탓으로 부끄럽지만 내게 친분이 있는 장로후보가 몇 안되어 그만 투표지 속의 1번부터 10번까지를 무조건 찍었음을 고백한다. 투표지의 후보 순위는 1차투표에서 득표한 숫자에 따른 것이므로 전교인의 평가를 존중한 것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다. 

당선자가 한 사람밖에 나오지 않아 몇 가지 특이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예컨대 가을에 있을 장로고시에 대비한 ‘학습’을 담당 부목사와 피택자가 독대로 진행해야 하고 임직식이나 축하행사도 단 한분만을 위하여 하게 되므로 매년 4-5명 이상, 어느 해는 10여명이 뽑히던 과거에 비해 어딘가 다른 분위기가 예상된다. 소위 ‘대형교회’의 하나로 알려진 소망교회에서 일어난 변화이고 더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 여러 교회의 경우에는 으레 있을 수 있는 일이겠지만 아주 작은 수가 장로로 선출된다는 사실은 몇 가지 의미를 따져보게 한다. 

하나는 교회에서 장로 직분이 갖는 실질적, 상징적 위상이 달라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물음이다. 다른 말로 교인들 가운데 장로가 되고자 하는 열의가 낮아지고 있고 이는 개개 교인들이 교회라는 공동체에 대하여 갖는 소속감과 충성도가 일반적으로 약해지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소망교회의 경우 80~90년대 교회가 왕성히 부흥하던 시기에 장로선거의 열기는 대단했다. 후보에 뜻을 둔 집사들과 배우자들이 분주히 각급 교회 행사에 참여하고 교우들과 사적 친교 모임도 열심히 주최하여 매년 봄철 내내 교회가 축제를 만난 듯했던 기억이 있다. 

이 또한 코로나 전염병이 교회에 미친 후유증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교회로부터 물리적 격리를 당하면서 마음도 거리가 생긴 것 같다는 고백이 들려온다. 실제로 온라인 교인, ‘가나안’ 교인들의 숫자가 상당하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동시에 빠른 회복을 기대하는 열망을 불러일으키고 간절한 기도의 제목이 되어 모든 교회에 울려 퍼지고 있음도 감지된다. 우리나라 교회에 제2의 부흥의 물결이 솟아오르리라는 소망이 믿음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로의 진정한 자격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성도들 마음속에 굳어지는 것이 장로의 ‘희소화’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꼭 장로가 되어야 할 사람과 꼭 장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일치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신앙의 깊이와 생활의 경건성이 장로의 엄격한 요건에 맞는 사람, 즉 교회법이 요구하는 ‘식견과 통솔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 교회의 택함을 받게 되는 긍정적 변화가 매년 교회 선거에서 최소의 장로선출이라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 하나, 나같은 기성 장로들에게는 예전에도 지금처럼 해마다 한두 사람만 장로로 피택되었더라면 과연 나 같은 사람이 장로로 뽑힐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솟는다.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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