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회, 나의 일생] 영원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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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이 되면 나는 장로님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떠난다. 2001년 여름부터였으니 어언 24년이 되었나 보다. 목사와 장로 부부가 함께 가지는 이 여름휴가를 우리는 설렘으로 기다린다. 

나는 금년 말 은퇴를 하게 되었으니 담임목사 신분으로는 마지막 여름휴가가 되나 보다. 

준비하던 장로님들이 책자 머리말을 써달라고 졸라서 기도하고 써 본 인사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내가 쓴 이 글을 읽다가 눈물이 고이는 것은 그만한 역사와 사연, 그리고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 영원한 친구, 

행복한 마음, 즐거운 인생. 

서로 다같이 웃으며 

밝은 내일의 꿈을 키우자.

하늘의 많은 별 중에 

우리는 친구로 만났으니

다정하게 손잡고 행복의 노래를 부르자.

우리 세대가 젊은 시절 듣던, 약간은 혀 짧은 듯한 목소리 ‘나미’의 「영원한 친구」 노랫말을 어렴풋이 기억나는 대로 적어 본다.

해마다 여름이 기다려지는 건 무더위가 좋아서, 치는 파도 푸른 숲이 좋아서가 아니다. 목사 같지 않은 목사, 목사 같은 장로, 그 만남 그 모임이 그립기 때문이다. 세상 어떤 모임이 이렇게 진심일 수 있을까. 이렇게 평안일 수 있을까. 이렇게 행복일 수 있을까. 

먼 옛날 지나버린 얘기 한 토막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누구에게도 열지 못했던 숨겨둔 가슴 얘기 털어놓고 울고 있을 때 손에 꼭 쥐여 주던 손수건 한 장은 위로하시는 주님의 품이었다. 밤이 깊도록 나눈 얘기, 교회를 섬기고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큰 힘이었다. 

땅을 뚫고 힘겹게 올라오던 새싹에겐 봄비 한 자락이 얼마나 고마웠을까. 한걸음 먼저 걸어가 본 사람의 따듯한 말 한마디가 새싹 장로에겐 고마운 봄비가 되었다. 

그 싹이 자라 우뚝 큰 나무 되어 교회를 버티어 줄 때 교회는 큰 숲이 되었다. 그 그늘 아래 한소망 성도는 저마다 꽃이 되고 우리 교회는 어느덧 향기론 한국교회 꽃동산이 되었다. 

비 그친 뒤 우산을 접듯 나이 들어가며 세상 친구들은 하나둘씩 마음을 접고 떠나간다. 정말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나 보다. 우리의 신앙 우정은 영원을 이어간다. 

장례식 날 너와 나의 추억을 그리며 울어줄 하늘 친구로 무르익어 간다. 하늘 성전 기둥에 네 이름 내 이름 쌓여져 갈 때 당신의 향취는 나의 감사, 교회의 자랑이 되리라.

하늘은 비를 주고 꽃은 내게 향기를 주듯 당신은 내게 가르침을, 고마움을, 행복을 준다. 그 모임 그 만남이 왜 그리도 기다려지는가,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리라.

우리는 영원한 친구, 서로를 의지하고 살아온 믿음의 벗이니까. 우리는 서로의 자랑이었으니까. 한소망과 함께 한 기도의 눈물, 헌신의 땀이었으니.

류영모 목사

<한소망교회•제 106회 총회장•제 5회 한교총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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