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외로운 설악산 천사 「임기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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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았다고 해서 이름이 알려진 ‘임기종씨’를 아시는지요? 그는 40년이 넘도록 설악산에서 지게질을 했던 지게꾼이고, 키가 작고 몸집도 왜소하며 머리숱은 듬성듬성하고, 이빨은 거의 빠지거나 삭아서 발음까지 어눌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는 열여섯 살 때, 처음으로 지게질을 시작한 이후, 40년간 오직 설악산에서 짐을 져 나르고 있고, 그 삯을 받아서 정신지체 2급의 아내와 그 아내보다 더 심각한 정신장애를 가진 아들을 부양하고 사는 ‘山사나이’라 했습니다. 맨 몸으로 걸어도 힘든 산길을 40kg이 넘는 짐을 지고 날마다 산을 오르는 임기종씨! 하루에 적게는 4번, 많게는 12번이나 설악산을 오르는 사람입니다. 설악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상인들과 사찰(寺刹)에 필요한 생필품을 져다주고 그가 받는 삯이 한 달에 150만 원 남짓 정도라고 했습니다. 

한 달에 150만 원, 누구에게는 이 돈이 별 것 아닌 돈일지 몰라도 그는 충분한 돈이라고 했습니다. 아내가 장애인이라 정부로부터 생활 보조비를 받기 때문에 부족한 가운데서도 생활이 가능하고, 술 담배를 안 하고 허튼 곳에 돈을 쓰지 않으니 먹고 사는데 불편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낱 지게꾼에 불과한 그를 많은 사람들이 “작은 거인”이라고 칭송하는 까닭은 그가 그렇게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의 대부분을 자기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10년이 넘도록 장애인 학교와 장애인 요양시설에 생필품을 지원하고, 독거노인들을 보살피고,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자신이 번 돈의 거의 모두를 사용해오고 있습니다. “힘들게 일을 하지만 적어도 땀 흘려서 번 돈 만큼은 내 자신을 위해 사용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임기종씨의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은 큰 감동을 받게 마련입니다. 연봉이 수천만 원이네, 수억이네 하는 사람들도 하기 힘든 것이 남을 돕는 일인데, 날마다 뼈 빠지게 일해서 번 돈을 오롯이 남을 위해 사용하는 그의 선한 마음이 한 없이 존경스럽습니다.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날마다 산을 오릅니다. 자신이 지게를 짊어지지 않으면 휴게소 상인들이 장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날은 가스통을 4개나 짊어지고 산을 오르기도 하고, 어떤 날은 100kg이 넘는 대형 냉장고를 통째로 짊어지고 산을 오르기도 합니다. 

그는 조실부모(早失父母) 했습니다. 워낙 가난한 집안이었기에 남겨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는 6남매의 셋째였습니다. 그렇게 남겨진 6남매는 제각기 자기 입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을 중퇴한 그는 남의 집 머슴살이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돌고 돌아 설악산 지게꾼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젊은 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 한 지게꾼 선배로부터 정신지체 2급에다 걸음걸이도 불편한 여성을 소개 받았습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그의 아내는 일곱 살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습니다. 마음씨 착한 임기종씨의 말입니다. “저런 몸이니 그동안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구박을 받았을까 싶어서 따지지 않고 내가 돌봐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 부부 사이에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아들은 말을 못했고 아내보다 더 심각한 정신장애 증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아이를 강릉에 있는 어느 장애아 시설에 맡겼다고 합니다. 그렇게 아이를 데려다 주고 떠나오는데 그는 “나만 편하려고 그랬나?” 하는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용달차에 과자 20만 원 어치를 사서 싣고서 다시 발길을 돌려 장애아시설로 되돌아갔다고 합니다. 그 과자를 먹으며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자신이 더 기뻤다고 했습니다. 그때 그는 처음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도움을 받는 사람만 기쁜 것이 아니라, 돕는 자신도 기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임기종씨는 지게일로 번 돈 거의 모두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옛 전설에 하늘에서 천사 몇 명이서 설악산에 목욕하러 내려 왔다가 미처 올라가지 못한 천사 한 명이 있었다고 했는데, 그 ‘외로운 설악산 천사’가 바로 임기종씨가 아닌가 싶습니다. ‘외로운 설악산 천사 임기종씨’의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실로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하는 ‘감동’ 그 자체입니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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