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3대가 함께 산다. 아들 내외와 세 살, 다섯 살 손녀가 있다. 외로운 외국 생활 중에 하나님이 내려주신 큰 복이다. 사실 요즘 시대에 부모와 함께 사는 자식이 별로 없다. 며느리들이 ‘시’자 들어간 시금치도 먹지 않는다는 말이 돌 정도로 하나 되기가 어려운 관계이다.
우리 집은 감사하게도 별 어려움 없이 모두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 매일 손녀들을 보는 기쁨은 세상의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이렇게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데에는 아내의 공이 가장 크다. 늘 먼저 섬겨 주기 때문이다. 항상 아이들의 필요를 채워 주고 늘 먹을 것들을 미리 준비해 준다. 30년 가까이 수많은 학생들에게 밥을 해 먹이느라 양쪽 손목이 늘 저리고 아픈데도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아이들을 섬기고 있다. 아내에게는 늘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예쁘고 착한 며느리의 공이 크다. 피붙이 하나 없는 외국 땅에 시집와서 예쁜 딸도 둘이나 낳고 묵묵히 섬겨 주니 참으로 고맙다. 사실 우리 며느리는 목회자 자녀로 우리 학교에 장학생으로 왔던 아이다. 외국 땅에서 며느리 구하기가 참으로 어려운데 하나님께서 귀한 선물을 보내 주셨다. 영상을 전공해서 우리 사역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20대 초반에 결혼해서 처음에는 살림이 서툴렀다. 음식을 만들어 주는데 간이 안 맞아 때때로 먹기가 불편했다. 그러나 요즘은 레시피를 보고 연구하여 일류 요리사보다 더 맛있게 세계 각국의 요리를 만들어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우리 가족은 매일 함께 저녁 예배를 드린다. 손녀들이 목이 터져라 찬송을 부르는 모습을 보면 이곳이 천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한국말이 어눌하고 찬송가 가사의 뜻을 잘 모르니 종종 실수를 한다. 한번은 1절 “하나님은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를 부르고 2절 “내 영혼을 구원하시오니 내게 감사함이 넘치나이다”를 부르는데, 계속 “내게 감사함이 없으리로다”라고 불러서 온 가족을 웃게 만들었다.
나는 특별히 손녀들에게 늘 구제를 가르친다. 노숙자 사역에도 종종 데려가서 참여하게 한다. 벌써 아이들 마음속에는 노숙자들은 반드시 도와야 할 대상이라고 새겨져 있다. 그래서 차를 타고 가다가도 길에 노숙자가 있으면 아이들이 크게 소리 지른다. “여기 노숙자 있어요!” 그냥 지나치면 큰일날 것처럼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차에 항상 구제를 위해 지폐를 여유 있게 준비하고 다닌다.
손녀들에게는 돼지 저금통이 있다. 돈이 생기면 항상 거기에다 넣는다. 그리고 매년 성탄절이 되면 돼지 저금통을 털어 시내의 노숙자들 한 분 한 분에게 직접 나누어 주게 한다. 아이들은 1년 동안 이날을 간절히 기다린다.
나는 어려운 자들을 돕는 것이 일상이 되고 기쁨이 되도록 늘 가르치고 있다. 이것이 손녀들에게 내가 전해 줄 가장 큰 축복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 (잠 22:6)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