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자유전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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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중 하나로 대학의 자유전공제도가 있다.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나라 대학들은 대부분 자유전공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의 예를 들면 자유전공학부가 설치되어 있어서 130여 명의 학생을 전공 없이 선발해서 3학년 진입할 때 본인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대학 신입생이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전공에 대해 자세히 알기도 어렵고, 또 안다고 해도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전공 없이 입학해서 여러 과목을 접해본 후에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유전공제도는 장점이 많은 제도라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하버드대학을 비롯한 미국과 유럽의 대부분 대학에서는 학부 전체를 전공 없이 선발하여 3학년 때 자유롭게 전공을 택하도록 하는 제도가 오래전부터 시행되어 왔다. 

이런 장점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카이스트를 비롯한 많은 이공계 대학들은 대부분이 전체 학생을 무전공으로 선발한 후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고, 학생들의 만족도도 대단히 높다고 한다. 그런데, 유독 서울대와 같은 대규모 종합대학들은 극히 소수의 정원만 자유전공으로 선발하고 나머지는 학과별로 선발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서울대가 자유전공학부를 도입한 지는 벌써 2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전체 학부 정원의 5%도 안 되는 수준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사실 서울대는 오래전부터 하버드대학처럼 전체 학생을 자유 전공으로 하는 학부 대학으로 개편하려는 시도를 해왔지만, 학내 교수들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되어 왔다. 그러다가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고 법학과가 폐지되면서 그 정원을 자유 전공으로 선발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되었다. 서울대는 이 자유전공학부를 점차 확대하여 서양의 학부 대학과 같이 운영할 것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매우 이상적일 뿐 아니라 세계 유명대학들이 다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가 도입되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우리나라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숨어있다. 가장 큰 원인은 전공선택의 쏠림현상이다. 자유 전공을 시행해 본 결과 경제학이나 경영학과 같은 몇몇 인기 학과로의 쏠림 현상이 너무 커서 비인기학과는 존폐의 위기에 몰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렇게 되자 비인기학과와 해당 전공교수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혀서 자유 전공제도는 확대되기는커녕 점점 축소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인기 전공 편중 현상은 사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하버드대학의 경우 심리학, 역사학, 경제학 전공자가 전체 학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독문학이나 사회학과 같은 전공은 거의 학생이 선택하지 않는 편중 현상이 뚜렷하다. 그리고 학부 졸업자의 절반 이상이 법학과 의학 전문대학원, 그리고 MBA 과정으로 진학하는 대학원 편중 현상도 심각하다. 그래도 미국의 대학들은 이 편중 현상을 그렇게 문제 삼지 않는다. 학생의 선택권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유독 우리나라가 이 편중 현상이 대학의 운영 자체를 위협할 만큼 심각한 것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개성과 창의성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고 인생을 설계하는 자유로운 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전국에서 성적순으로 상위권 학생이 모두 의과대학을 선택하고 그다음에 이공계 학과를 선택하는 극단적인 편중 현상은 우리나라 미래를 위협할 만큼 심각하다. 개성을 존중하는 자유로운 정신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과도한 경쟁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김완진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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