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회 나의 일생] 내 피를 팔아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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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핏값으로 세워져서 그럴까? 교회는 성도들의 피와 눈물과 땀을 먹고 성장한다. 우리 교회는 맨손으로 시작한 교회라서 그런지 유난히 눈물겨운, 그러면서도 숨은 헌신들이 참 많이 있다. 이 땅에서는 칭찬과 보상을 다 받지 못했지만, 그들이 하나님 성전의 기둥이 되고 그들의 이름이 한소망 성전 기둥에 새겨질 것이다. (계 3:12)

우리 집 안방 기도회, 주일만 빌려 쓰던 피노키오 유치원, 능곡 지하 예배당, 5층 상가 예배당을 거쳐 우리는 어렵사리 공원 옆 유치원 부지 315평을 토개공으로부터 구입하고 1천여 평 되는 예배당을 건축하고 있었다. 설계부터 건설까지, 돈 한 푼 없이 교회가 부흥되면 주겠노라 약속하고 외상 공사를 하고 있었다. 

목사의 마음이 약해서 성도들에게 건축 봉헌을 강조하지 못하고 교회는 기도로 짓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릴레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우리 교회에 80이 다 되신 박수선 집사님이 릴레이 기도를 마치고 기도실에서 나오다가 나와 마주쳤다. 집사님은 퉁명스러운 경상도 말투로, “목사님 배짱이 그리도 약해서 어느 세월에 예배당을 지어요? 내 피라도 팔아서 예배당을 짓고 싶은 심정이요!” 그리고 바쁜 걸음으로 돌아서셨다. 나중에 보니 일산 막내아들 집에서 사시다가 이천 큰아들댁에 일정이 있어서 가시는 걸음이었다. 

집사님이 이천에 도착하여 건널목을 건너가시다가 달려오는 덤프트럭에 치여 돌아가셨다. 그 소식을 듣고 이천으로 곧장 달려갔다. 자녀들에게 박수선 집사님의 마지막 기도, “피라도 팔아서 건축을 완공하고 싶소”하던 얘기 등을 전해드리며 장례식만은 제 손으로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절히 부탁하여 내가 장례식을 집례할 수 있었다. 

장례식을 마치고 한 두 주일쯤 지나 자녀들이 인사차 예배에 참석을 했다. 내 방으로 들어와 보따리 하나를 풀어 놓으셨다. 박수선 집사님 교통사고 보상금이란다. 한 푼도 남기지 않고 가져와서 어머니 핏값을 도무지 다른 곳에 쓸 수가 없더란다. 

눈물로 기도하고 건축이 완공되면 이 돈은 반드시 십자가 탑을 세우는 데 쓰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하늘나라에서 집사님 늘 볼 수 있도록 크게 세우겠노라고 했다. 

예배당에 어울리지 않게 그 철골 십자가는 참으로 크기만 했다. 정발산에 올라가 내려다보면 우리 교회 십자가가 유난히 크고 불빛은 유난히도 밝았다. 나는 그 십자가를 내려다볼 때마다 박수선 집사님의 핏값을 기억하며 울컥하는 가슴을 눌러야 했다. “목사님 배짱이 그리도 약해서 어느 세월에 예배당을 지어요? 내 피라도 팔아서 예배당을 짓고 싶은 심정이요!” 어찌 교회를 세운 피가 박수선 집사님 한 분만이겠는가? 눈물로 기도하여 고인 눈물 그릇은 또 얼마나 클까? 우리 성도님들이 교회를 위해 흘린 땀을 담은 항아리는 얼마만 할까? 천국에서 함께 만나 그 피, 그 눈물, 그 땀을 엮어 만든 면류관 쓰신 성도님들 손잡고 춤을 춰야지! 감사했노라고 고백해야지! 내 피를 팔아서라도 우리 교회 사랑하며 살아야지!

류영모 목사

<한소망교회•제 106회 총회장•제 5회 한교총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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