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코다(CODA)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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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칭하는 많은 용어가 있다. 농인들은 특히 자신을 칭하는 단어 중에 장애인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수긍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청각장애인보다는 농인으로 불려지기를 원하며 그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원한다. 장애인 분류로는 의학적으로 청각장애로 분류되며 교육을 할 때에도 청각장애 전공 등으로 표시한다. 그러나 학교 이름이나 교회 이름 등을 보면 00청각장애학교나 00청각장애교회로 명칭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청각장애로 인한 장애인 대우를 받기보다는 농인이라는 정체성과 농문화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원하기 때문이다. 청인이 농인의 문화를 체험한다든지 농인의 들리는 언어가 아닌 보이는 언어를 실감하기는 쉽지 않다. 농문화를 체험하며 이해하는 가장 우선되는 방법은 농인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잠시 농단체에 와서 자원봉사 하는 것은 농인생활과 그 문화의 일부만을 체험할 뿐이다. 그들과 같이 사는 청인도 가족 내에서는 농문화권과 수어언어권이지만, 사회생활할 때에는 청문화권에 사는 셈이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농문화와 청문화의 차이를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이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라는 영화가 있다. 코다는 부모님이 농인인 자녀들을 의미한다. 코다들은 농인부모와 같이 살면서 부모의 귀 역할을 하고 수어를 사용하면서 자라게 된다. 어려서부터 2중 언어권에서 성장한다고 볼 수 있는데 농문화권에서 지내면서 일반청인이 경험하지 못하는 다양한 체험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대신하여 어른들의 일에 관여하며 통역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내용을 잘 반영한 영화 ‘코다’는 한국에서 2021년 개봉되었고 아카데미 작품상, 각색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이 영화의 주제곡은 많이 알려져 있으며 주인공 에밀리아 존스가 수어와 음성으로 같이 부르는 장면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신다. 2014년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를 영어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것으로 한 번쯤 볼만한 영화이다. 한국에도 2014년 코다토크콘서트CODA樂을 통해서 발족하여 코다가 조직되었고 2021년에는 코다국제컨퍼런스를 인천에 유치하기도 하는 등 최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국제 코다가 조직되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 코다도 국제조직에 가입되어 있다. 코다들이 모이면 그들만의 독특한 체험을 공유하여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해 나름대로 독특한 친화력을 가진다. 이제 국내에서도 코다라는 용어는 그리 낯설지가 않다. 코다와 다른 용어로는 소다(SODA, Sibling of Deaf Adults)라는 단어가 있다. 농인부모를 둔 자녀 동기들을 칭하는 말로 잘 알려지지 않은 용어이다. 대부분의 농자녀는 청인부모인 경우가 많으며 농부모의 자녀중 농자녀는 10%내외이다. 자녀들끼리는 음성언어로 소통하나 부모하고는 수어로 소통해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자녀들은 수어를 잘하는 자녀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어 수어사용의 빈도와 실력은 차이가 있다. 1990년 8월 6일부터 10일까지 제3회 아시아농아선교대회가 필리핀에서 개최되었다. 이때 많은 농인, 청인, 수어통역사가 참석했다. 13개국의 나라가 참석하여 다양한 수어가 소통되었다. 

이때 유난히 돋보인 수어통역사가 있었다. 일본의 젊은 여성으로 영어를 듣고 바로 일본어 수어로 통역했다. 그녀는 코다였다. 일본 수어를 어려서부터 하였으며 미국에 유학하여 영어도 유창하게 할 수 있었다. 한국의 경우는 음성언어인 영어를 듣고 이를 다시 한국어로 통역해주면 이를 듣고 한국수어를 하여 참석한 한국 농인들에게 발화자의 말을 전달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수어를 하는 수어통역사가 이어폰을 끼고 음성통역을 하는 사람의 말소리를 들어야 한다. 진행상 조금씩 시차가 날 수밖에 없는 과정이다. 하지만 일본 코다의 수어통역은 한 단계를 건너뛸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빠르게 일본어 수어 일본 농인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얼마나 발화자의 말이 최종수어로 정확하게 전달되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코다의 수어는 오랜 기간 농부모와의 소통으로 인하여 자연스러우며 수어교실에서 배우는 수어와 달리 농인들의 속어(slang)와 농식수어까지 잘 소화해낼 수 있으므로 농인 입장에서 볼 때 통역된 수어를 이해하기 쉽다. 청인들이 구사하는 수어 중에 한글을 문장 순서대로 풀어놓은 것 같이 구사하는 수어는 농인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농인에게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수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코다들의 할 일은 산적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가 농인뿐 아니라 코다도 이해하며 그들의 활동이 농사회와 농문화에 기여하도록 지원과 격려의 마음을 가지는 훈훈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안일남 장로

<영롱회 회장•영락농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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