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통일의지와 주인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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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후 분단된 오스트리아, 베트남, 독일, 예멘이 모두 통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유일하게 한반도만 분단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 통일된 나라들은 국제적인 통일의 걸림이 없었던가? 그런 것이 결코 아니다. 예컨대, 동‧서독의 경우만 보더라도 1989년 11월 동‧서독인들이 베를린 장벽을 붕괴시킬 때, 영국과 프랑스 등 강대국들은 독일 통일을 과연 찬성했던가? 동‧서독인들은 주변 강대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독일 통일을 해냈다. 이런 모습은 진정 독일민족이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분단된 독일을 우선적으로 통일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임을 절감하고 망치를 들고 독일민족의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통일의지(統一意志)의 본을 행동으로 세계만방에 보여준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이것은 강대국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한 나라를 갈라놓는다고 하더라도 자기민족 결정권 행사에 의해서 통일할 수 있다는 위대한 민족의지(民族意志)의 교훈을 우리에게 제시해 준다. 우리는 이런 독일민족의 통일의지와 주인의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과연 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이런 통일의지와 주인의식을 발휘하고 있는가 냉철하게 자기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북한은 1948년 9월 9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창건한 이래 민주정과 공화정의 정신을 망각하고 왕조국가처럼 세습 독재국가로 변질됐다. 북한은 한반도 적화통일정책을 일관되게 써 왔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민족통일보다도 정권 수호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그간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추구했던 통일정책마저 지워버리고 있다. 남한은 북한과 관계없는 별개의 국가로 간주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우리 겨레는 하나라는 형제의식을 지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한반도에서 함께 살아온 역사와 전통의 한민족(韓民族)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반통일정책을 쓰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남한 말까지 규제하고 있는 현실이다.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힐 정도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국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한반도가 국제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평화통일을 기대하기란 실로 어렵다. 그러므로 우리 민족 스스로 통일의 주체적(主體的) 사명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우리는 남북한의 통일의지가 강하게 요청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는 현실을 절대로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념도 변하고 정치제도도 변하지만, 한민족의 정체성은 지울 수가 없다. 북한이 문을 닫아걸고, 아무리 비상식적·비이성적인 억지를 부린다고 하더라도 역리(逆理)는 순리(順理)를 결코 이길 수가 없다. 어둠의 시대는 가고 통일의 시대는 기필코 올 것이다. 개인의 독선과 독재는 무너지고 세계 보편이성이 빛을 발하는 시대가 오고야 말 것이다. 통일은 누가 거저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니고, 하늘에서 거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통일은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시대적 과제다. 일제시대의 시대정신이 독립운동이라면 오늘날의 시대정신은 만난(萬難)을 뚫고 분단된 조국을 통합하는 것이다. 주인이 방관자적 자세를 가질 때, 분단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누가 시대의 십자가를 질 것인가? 이 시대가 의인(義人)을 부르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반도의 한민족은 상식과 순리적 이성을 존중해야 한다. 모든 사심(私心)을 버려야 남북한이 하나가 될 수 있다. 통일은 우리민족의 소원이요, 남북한이 다 같이 잘 사는 길이다. 이런 필연적 시대정신을 거부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소원을 가로막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강한 통일의지와 주인의식을 가지고 통일을 만들어가는 역사의 주인공(主人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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