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이야기] 똥 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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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는 반드시 해야 하는 하나님의 명령이다. 구제를 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절제다. 내가 쓸 것을 아껴야 불쌍한 형제들과 조금이라도 더 나눌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다 하면 절대로 구제할 여력이 생기지 않는다. 절제는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 중 하나이다.

최근에 성도들 사이에 명품에 대한 열망이 독버섯처럼 퍼져 가고 있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명품을 자랑하고 다닌다. 이곳에 온 한 청년에게 한번 물어보았다. “만약에 하나님께서 1억 원을 주시면 그 돈으로 뭘 하고 싶니?” 청년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집을 사기에는 부족하고, 아마도 명품을 살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평생 신앙생활을 하고 신학대학을 졸업한 청년 입에서 이런 말을 듣다니, 참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한때 한국 사회에 명품 가방 열풍이 불었다. 너나없이 같은 디자인의 가방을 들고 다녔다. 알아보니 프랑스제 루비똥 가방이었다. 사실 정확한 발음은 ‘루이비통’이나 대개는 ‘루비똥’이라고 쉽게 부른다. 나는 줄여서 이것을 ‘똥 가방’이라고 한다. 교회 안에도 이 똥 가방을 안 들고 다니는 여성도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내가 충격을 받은 것은 이 가방의 가격이었다. 누군가로부터 이 똥 가방이 200만 원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때부터 한국 교회에 집회를 하면서 내 이웃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그리스도인이 똥 가방 하나에 200만 원을 사용하느냐고 책망을 했다. 어느 교회에서 이렇게 책망을 하는데 마침 예배에 참석했던 아들 옆에서 한 아주머니가 혼자서 이렇게 중얼거렸다는 것이다. “저 목사님 진짜 세상 물정 모르시네! 200만 원짜리 똥 가방이 어디 있다고….” 아니 그럼 가방 하나가 얼마나 한단 말인가?

다음 날 동네 백화점에 똥 가방 매장을 방문해서 가방 가격을 물어보았다. 신상품이라면서 가방을 하나 보여 주더니 700만 원이라고 했다. 기가 막혔다. 그래서 200만 원짜리가 있다는데 보여 달라고 했더니, 매장에는 그런 가방이 없고, 아마 창고 정리를 하며 유행이 지난 가방을 팔 때 간혹 특가 상품으로 나올 때가 있다고 했다. 

오늘 많은 성도들이 이런 가방들을 들고 교회에 나온다. 불쌍한 이웃들에게는 단돈 10만 원도 내놓지 않으면서 똥 가방을 자랑하고, 당당하게 그리스도인이라며 살아간다. 물론 모든 성도가 그런 것은 아니다. 정말 아끼고 아껴서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선한 사마리아인들도 곳곳에 많이 있다. 그러나 형편만 된다면 명품을 즐길 사람이 많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사치하라고 물질을 맡기신 것이 아니다. 가난한 자를 돌보고 하나님의 의를 이루라고 맡기셨다. 우리는 청지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항상 거지처럼 살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절제하라는 것이다. 보통의 삶을 살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절제하지 않으면 절대 구제할 수 없다. 나 자신은 철저히 절제하고 불쌍한 이웃에게는 관대해야 한다. 물질의 주인은 내가 아니고 하나님이시다. 다시 한번 청지기의 의식을 가슴에 새겨야 할 때이다.

“오직 선을 행함과 서로 나누어 주기를 잊지 말라 하나님은 이같은 제사를 기뻐하시느니라” (히 13:16)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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