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난사고(海難事故)는 바다에서 ‘선박의 침몰, 멸실, 충돌, 인명사상(死傷), 선적 화물의 화재 발생 경우’ 등을 말한다. 이는 구(舊)해난심판법에서 정의한 개념인데, 넓게는 항해에 관한 모든 위험, 예를 들면, 조난선박이 자력으로 큰 파도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함도 해난이다. 우리나라 근해의 경우 선박이 대형화, 현대화되지 못했던 1980년대 이전까지 기상 조건이 조금만 좋지 않아도 제주~본토 간 해역에서 대형 해난사고가 자주 발생하여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가 일어났다. 대표적인 대형 해난사고는 남영호(南瑛浩) 침몰사고였다. 남영호는 제주(서귀포)~부산 간 정기 여객선으로, 1970년 12월 15일 서귀포항을 떠나 성산포를 거쳐 부산으로 가던 중 출항 5시간 만에 침몰하여 승객 326여 명이 사망하고 2억 원(당시 시가) 상당의 화물 피해를 발생시켰다. 그것은 우리나라 최대 해난사고였다. 시대가 점차 진전하여 선박에 통신과 레이더 등 선박 안전장치가 갖추어지고 해양 안전 정보시스템이 발달하면서 남영호와 같은 해양사고는 감소했지만, 오늘도 해난사고들이 한반도 주변 해양 곳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제주항만청 관할해역에서 발생한 해난사고 건수를 보면, 매년 100여 건 내외의 해난사고들이 발생하였는데, 사고 유형은 기관고장, 추진기 장애, 좌초, 충돌, 전복, 침수, 화재 등이었다. 이 중 기관고장(機關故障)으로 인한 해난사고가 가장 많았다. 어선의 경우이지만, 불규칙한 출어(出漁) 활동으로 기관에 대한 정기점검에 소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선박 종류별로도 어선 사고가 제일 많고 화물선, 유조선 순이었다. 어선이 다른 선박에 비해 사고가 잦은 것은 무리한 조업강행에 따른 선원들의 피로 누적이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사고 선박에 대한 구조 상황을 살펴보면, 해양경찰에 의한 구조가 많고, 다음으로 주변에서 조업하는 다른 어선에 의한 구조, 기타 관공선박에 의한 구조 순이다. 해난사고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유자격자(有資格者)의 선장, 기관장 등 선박 운항 관리책임자들의 승선 확인과 기상특보 발효 시 규정에 의한 출어 통제, 해상기상 정보의 확인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런 해양사고 근절에 대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선박 운용자의 안전의식(安全意識) 생활화를 추진하고, 음주운항 및 무자격 선원에 의한 운항을 절대 금지시켜야 하며, 여객선 및 유조선의 경우는 안전관리를 위해 과적, 과승방지 및 출항 시 구명의(求命衣) 착용을 의무화, 비상 구조선 등 법적 안전 장비의 관리를 철두철미하게 점검해야 한다. 해상에서 신속한 구난(救難)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활용하면서 해난 대응을 해야 한다.
남영호 사고 이후에도, 1993년 위도 부근에서 침몰해 292명을 수몰시킨 서해훼리호 사고,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까지 어찌 그 사고 원인이 그리 똑같은지 무서울 정도다. 사고 원인은 대부분 선장, 기관장을 포함한 책임 선원들의 전문성과 책임감 부족이었다. 그리고 낡은 선체(船體)와 기관(엔진)결함, 과잉승선, 화물과적, 구명조끼와 구명보트를 포함한 안전장치의 미비, 안전교육 미흡이었다. 선박이 대형화, 현대화되지 못했던 1980년대 이전에는 기상 조건이 해난사고의 주원인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선박에 통신과 레이더 같은 선박 안전(安全)장치 등 해양안전정보시스템이 갖추어졌는데도 해난사고가 한 해 평균 1천500여 건이나 발생하는 것은 무엇보다 선원들의 직업 윤리의식 결여, 직무태만 때문이다.
선박 안전 항해는 절대로 공짜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급유선 명진 15호는 13노트로 바다를 달렸다. 이는 육상의 시속 24km에 해당한다. 명진 15호는 인천항을 출발해 시화 방조제 앞바다를 지날 때의 속도가 거의 10노트였다. 이 항로는 암초가 있는 협수로일 뿐 아니라 많은 낚싯배들이 자주 오가는 뱃길이다. 급유선 명진호 선장은 오른쪽 앞에서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는 낚싯배 선창 1호를 발견했다. 낚싯배 속도도 10노트였다. 이대로 가면 두 배는 충돌하기 마련이었다. 사고조사에서 명진호 선장은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고 자백했다. ‘(낚싯배는) 작은 배니까 설마 알아서 피해 가겠지….’라고! 그러나 1분 뒤 충돌했다. 갑판 승객은 튕겨 나갔고 선내 승객들은 바다에 갇혔다. 바다로 사라진 낚싯배 선장은 이틀 뒤 갯벌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동수 장로
•관세사
•경영학박사
•울산대흥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