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을 막을 길이 없어서 먹어서는 안 되는 나이를 그냥 먹고 말았다. 내년이면 주님께서 맡겨주신 세계로교회의 담임목사의 짐(mission)을 벗고 자유인이 된다. 지난 세월은 목표지향적이고 전투적인 삶으로 영적, 정신적, 정서적 건강과 복지(well-being)를 생각할 수 없는 상황 가운데서 살아온 것 같다. 필자의 삶은 열심이라는 주제 앞에 별로 부끄러움이 없이 살아온 것은 사실이다. 신학대학에 입학하여 학부 시절에 계룡산 도사들이 모여 사는 영적 불모지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장신대 신대원을 3년간 통학하면서 목회까지 하였으니 얼마나 고달프고 여유 없는 쫓기는 삶을 살았겠는가? 학교에서 교회에 오면 새벽설교준비와 심방, 상담과 성경공부 준비에 쫓기고, 학교에 가면 강의 시간과 리포트 제출에 쫓기고, 집에 오면 칭얼거리는 두 아들과 아내에게 시달리는 정형화된 삶이었다. 어느 것 하나 갖추지 못한 무면허 목회자요 아버지요 남편이었다. 몇 년 전에 막내가 결혼을 앞두고 소집된 가족회의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였다. “우리 집에는 목사님만 계셨지, 아버지는 안 계셨습니다”라고 정곡을 찌르는 폭탄선언을 하였던 것이다. 필자는 무심코 던진 아들의 말에 정신이 확 들었다.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 어떻게 살았기에 이런 평가를 받고 있는가. 인생을 잘못 산 것은 아닌가 하고 자괴감과 무능감, 죄책감까지 들 만큼 복잡한 생각들이 스쳐갔다. 이제는 두 아들이 신학을 하고 목사가 되어 좋은 목회자로 세워져가고 있다. 생물학적 나이가 들어 은퇴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노후와 은퇴 후에 생활비나 건강의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다. 이제 남은 생애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실존적 고민과 사명에 반응하는 거룩한 고민이다.
생물학적으로 건강했던 모세는 병원, 약국과 상관없는 건강하고 튼튼한 상태에서 20~30년은 더 현역에서 뛸 수 있는 가운데서 하늘나라로 이사를 갔는지도 모른다. 주 안에서 사지백체가 강건한 가운데 하나님의 품으로 갔으니 얼마나 복된 죽음인가? 모세는 소명에 반응하며 살다가 하나님의 일을 다 감당하고 건강한 상태에서 천국에 갔다는 것이다. 필자는 은퇴 이후의 진로에 대하여 아프리카교도소와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전 세계교도소를 순회하며 갇힌 자들을 대상으로 수용자 인권신장과 복음으로 영혼을 구원하고 교정교화로 삶의 소망을 주며 그들을 섬기다가 천국에 갈 생각이다.
김성기 목사 <세계로교회>
한국교도소선교협의회 대표회장
법무부 사)새희망교화센터 이사장
대한민국새희망운동본부 대표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