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미학] 코인(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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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보세요. 어때요. 이 버버리 핸드백이요?” 순호는 명희가 들고 있는 백을 쳐다보았다.

“그거 산 거요? 집에도 많으면서.”  “이건 달라요. 집에 있는 건 다 싸구려지요. 이건 버버리라고 영국제 백이에요.”

순호는 이마를 찌푸렸다. 외제를 선호하는 것은 망국병(亡國病)이라며 이 의식을 뿌리 뽑지 않으면 결코 이 나라가 살아남지 못한다는 게 변함없는 신념이었기 때문이다.

“이거 산 게 아니에요. 혜종 어멈이 선물로 나에게 준거에요.” “며느리가 당신에게 준거라구?” “이거 얼마일 것 같아요?” “글쎄…넉넉잡고 10만 원?”  “10만 원이라구요? 서울에서는 100만 원도 더 하는 물건이에요.” “그게?” 순호는 눈을 크게 했다. 

“여봐요. 당신 비상금 400불 갖고 있지요? 그거 며느리에게 주는 게 어떻소? 우리야 서울만 가면 되는 거니까.”

명희는 뜻밖이라는 얼굴이면서도 퍽이나 기뻐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셨어요? 어쩌면 저와 똑같은 생각을…”

다음날 아침, 명희는 며느리 손에 400불을 슬그머니 쥐어 주었다. “저희들은 괜찮은데요 어머니.”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니다. 우린 서울에만 가면 되니까. 많지 않지만 네 소용대로 쓰려무나.” 

“여봐요. 갖고 계신 것 마저 줍시다. 우리야 비행기에 오르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겠어요?” 이번에는 아내가 귓속말로 간청하듯 속삭였다. 순호는 주저하지 않고 갖고 있던 150불을 꺼내서 뿌리치는 아들에게 가까스로 쥐어 주었다.

“야! 혜종아 이 코인도 아마 30불은 넘을게다. 너 피자 좋아하지?”

비행기가 단숨에 LA상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몇 시간이 지났을까 비행기가 일본 하네다 공항으로 내려앉았다. 큰 고장은 아니지만 비행기를 수리해야만 되는 모양인지 세 시간은 넘게 연착이 될 것이라는 방송이다. 하는 수 없이 순호와 명희는 비행기에서 내려 휴게실로 자리를 옮겼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일본 특유의 우동 냄새가 코를 몹시도 자극했다. 

“당신 잔돈 좀 있소?” “다 털어주고 하나도 없어요. 우리 한국 돈밖에는…”

10불이면 두 사람이 충분히 배를 채우고도 남음이 있을 텐데 지금 그 10불이 없어 쩔쩔매고 있는 것이다. 순호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보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들은 더하셨어. 왜정 때 왜 그때는 그렇게도 생선이 귀했던지. 동태국을 끓이면 으레 어머니는 가운데 토막은 다 아들 딸에게 주시고 머리토막을 좋다시며 드셨었어. 난 어리석게도 그 말씀을 곧이 듣고 동태 머리만 있으면 드렸었지.”

순호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말을 더하지 못했다.

“저는요 6.25 피난 때 어머니가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홍시 장사를 하셨었는데 하루는 차에서 내리시다가 그만 넘어지시는 바람에 홍시를 뒤집어 엎어 다 터지고 말았어요. 그러자 어머니는 땅바닥에 주저앉으셔서 아주 슬프게 우셨어요. 지금도 생각하면…”

 명희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루루 흘러내렸다.

자식이 아무려면 그 넓고 깊은 부모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 수가 있으며 돌아가시고 나서야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게 자식이니 이 야속함을 어찌 말로 다 표현을 할 수가 있으랴.

 순호와 명희는 손을 맞잡고 하염없이 뜨거운 눈물만 흘리고 앉아 있었다.

원익환 장로

<남가좌교회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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