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톡] 단독자로 홀로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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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군목을 전역하고 홀로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혼자서 유럽의 전역을 돌아다닌다는 것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지금이야 수많은 정보와 지식이 흘러 넘치지만, 그때는 우리나라 말로 번역된 여행 가이드북조차 구할 수 없을 만큼 여행 정보가 전무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해외에 나갈 수 있게 된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때 홀로 여행을 하면서 얼마나 외롭고 무서웠던지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유레일패스를 끊고 다녔으므로 나는 많은 곳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중 노르웨이 오슬로를 거쳐 피오르드를 보려고 찾아간 어느 시골 역에서 기차를 놓쳐 밤새 홀로 지낸 적이 있었다. 밤이 되었지만 어둡지 않은 하얀 밤이 계속되었고, 그 작은 시골 역에서 나는 아무도 없는 백야를 경험했다. 마치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밤새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작은 시골의 거리에 아무도 없던 그 무서운 백야는 지금도 섬뜩하다. 사람을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그 백야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로마로 가는 기차 안에서는 도둑을 맞을 뻔했는데 그때도 정말 무서웠다. 그러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한국 사람을 한 명 만났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나보다 두서너 살 아래였고, 방금 군에서 제대를 했다고 한다. 그는 사병으로 나는 장교로 전역을 했으니 내가 가오를 잡았고, 그는 똘마니처럼 따라다녔다. 그도 외로웠는지 하루를 같이 보냈는데 그와의 하루는 정말 안전하고 편안하고 모든 것에 문제가 없었다. 남자 둘이 다니는 여행은 누가 함부로 덤빌 수 없었기에 당장 나 자신이 그와 모든 여행을 함께 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그 여행에서 가장 잘한 것은 스페인에서의 하루로 그 친구와 헤어진 것이다. 그가 가려는 곳과 내가 가고 싶은 곳이 달랐고, 뿐만 아니라 나는 이 여행에서 얻고 싶은 나만의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한 달 동안 독일의 통일 현장을 둘러보고 싶었고 유럽 전역을 다니며 내 삶의 목적과 하나님이 주시는 비전을 얻고 싶었다. 그래서 내 인생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찾고 싶은 마음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그와 함께 간다는 것은 당장의 고독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유혹일뿐 내가 원하는 여행은 아니었던 것이다. 한 달 동안의 유럽 배낭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은 정말 행복했다. 그리고 다시는 홀로 여행을 떠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몸무게가 5kg이나 줄었다. 

지금 다시 그때를 기억하는 것은 홀로 떠나 혼자 다닌 여행이 내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 경험이었으며 의미를 갖고 있는지 새삼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군중과 무리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길을 가야 한다. 이것은 이 세상의 모든 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무리의 떼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길을 갔다는 점이다. 힘이 들어도 자기의 길을 가야 한다. 예수님의 십자가 길은 홀로 가는 길이었다. 그래서 고독하고 힘든 길이었지만 그 길만이 우리를 구원하였다.

유해근 목사

<(사)나섬공동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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