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긴과 보아스] “오늘은 제가 밥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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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이렇게 인사합니다. ‘우리 언제 밥 한 번 같이 합시다.’ ‘내가 밥 한 번 쏠게요.’ 어릴 적, 그 험한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에 이런 인사는 이해가 됐는데, 요즘같이 풍요로운 시절에 왜 이런 인사를 할까요? 아마도 진짜로 밥 한 번 같이 먹고 싶다는 뜻보다도 마음을 나누고 싶고 친밀해지고 싶다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평화(平和)의 화는 쌀 화(禾)와 입 구(口)가 붙은 단어로 밥을 같이 먹는 뜻이랍니다. 즉 평화는 같은 밥을 같이 먹을 때 이루어지는 거랍니다. 친해지고 싶으면 같이 먹으랍니다.

요즘엔 좀 덜하다고 느껴지는데 한때 당회는 교회 분란의 진원지였습니다. 당회가 평화롭고 단합이 잘 되면 교회가 평안한데 당회가 흔들리고 갈등이 생기면 그 교회는 어김없이 어수선해졌습니다. 목사와 장로, 장로와 목사, 이 두 어른들은 믿음의 본을 절대적으로 보여야 하는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간격이 생기고, 그 골이 깊어만 갑니다. 왜 그럴까요?

기도 중에 그런 감동을 주님께서 주십니다. ‘목사와 장로, 장로와 목사, 아니 장로와 장로가 주로 만나는 곳이 어디니? 당회(堂會) 아니니? 거긴 주로 뭐하는 곳이니? 회의하는 곳이요, 회의하는 곳에선 늘 의견과 의견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곳이야. 그러니 그런데서 주로 만나고 만남을 유지해 가는 이들이라면 자연스레 갈등이 생기고 마음에 앙금이 남을 거다. 양 목사, 당회는 회의하는 데 힘쓰기보다 같이 먹는 데 힘써라.’

조금 황당한 생각이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과연 그러했습니다. 목사와 장로가, 장로와 장로가 주로 안건과 의견이 부딪히는 곳에서만 만나서 관계를 유지해 간다면 피곤할 것은 뻔한 일입니다. 그러니 이상한 소리로 들리겠지만 당회는 함께 먹는 일에 주력(?)해야 합니다. 우리가 먹는 것은 먹을 것이 없어서, 배가 고파서 먹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정을, 믿음을 함께 쉐어(share) 하는 겁니다.

교회 예식, 성례 전의 성찬식, 왜 중요합니까? 같이 먹는 겁니다. 같이 마시는 겁니다. 그러면서 같이 예수님의 마음과 몸으로 변해가는 겁니다, 당회는 함께 먹는 일에 인색하지 맙시다. 우리가 함께 먹고 마시고 할 때 예수님도 그 자리에서 함께하실 것이며 기뻐하실 겁니다. 

배신자 유다가 그 성찬의 자리에서 떠나가자, 예수님은 곧바로 이어서 이런 말씀을 주셨습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13:34-35)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그래야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를 이룹니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가 예수 믿는 이인 줄 압니다. 어떻게 이룰까요?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우리는 함께 음식을 나누며 마음을 나누며 예수 사랑을 나누어야 합니다. 이번 당회부터 마치기 전에 ‘오늘은 제가 밥 삽니다’하는 분들이 있는 당회, 사랑이 충만할 겁니다.

양의섭 목사

<왕십리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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