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챗GPT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그저 편리하기는 하지만 또 하나의 검색 기능이 나왔다는 정도였지만, 일 년도 안 되는 기간에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업그레이드되는 것을 보면서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인간을 닮은 로봇이 생각보다 빨리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이제는 바둑을 두거나 주식을 거래하는 등과 같이 어떤 특정한 기능에 특화된 인공 지능(AI)의 시대를 넘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인간과 같은 외모를 하고 인간과 같이 말하고 판단하며 어떤 지적인 업무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인공일반지능(AGI)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요즘 반도체업계에서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창업자 젠슨 황은 인공일반지능(AGI) 시대가 5년 앞으로 다가왔다고 공언한다.
인공 지능 분야의 선구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에 이미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에서 2045년이 되면 기계가 인간을 초월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가 있다. 그런데 그는 최근 인공 지능의 폭발적인 발전을 보면서 자신이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그 시기가 앞당겨져서 2020년대 후반이나 늦어도 2030년대에 기계가 인간을 능가하는 특이점이 도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공 지능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능가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분야는 생명공학과 의료기술일 것이다. 노화를 늦추고 질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실험과 임상 연구가 필요한데, 인공 지능은 그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리는 과정을 단 몇 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고 노화의 원인을 찾는 연구가 급속하게 빨라지면, 현재 의료기술의 발전 속도로는 평균수명이 3개월씩 늘어나고 있는데, 인공 지능에 의한 획기적인 기술 발전이 매년 1년 이상 평균수명을 늘일 수 있게 되고, 이것은 결국 죽음을 극복할 수가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는 놀라운 결론이 가능해진다.
생명공학과 유전공학 그리고 뇌과학의 발전은 더욱 눈부시다.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가 있는 발전이 일어나고 있다. 노화의 비밀을 밝혀내고 인공장기로 대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명을 연장할 뿐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도 한발 다가섰다. 과거의 심리학은 우울증이나 조현병 같은 병리 현상에 집중했지만, 현대에는 인간의 행복을 생화학적 메커니즘으로 설명하는 데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21세기에 인류는 결국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생물학적인 한계를 극복하여 질병과 노화에서 해방되고 행복한 삶을 실현할 수 있는 초인간으로 진화하리라 예측한다.
오래전부터 과학기술로 인간의 정신적 및 신체적인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어 왔다. 니체는 이미 19세기에 초인(superhuman)을 상상했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인 줄리언 헉슬리는 이런 생각을 확산하기 위해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이라 부르는 적극적인 운동을 시작했으며, 최근 과학 기술혁명에 힘입어 많은 과학자가 과학이 종교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전을 보면서, 마음 한편으로는 과학으로 인간을 개조하여 불멸과 행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 트랜스휴머니즘 운동이 인간의 마음과 정신을 과학기술로 마음대로 조작하려다가 결국 인류의 파멸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김완진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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