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라는 걸 맛있게 먹었다. 서양식 비빔국수라고 하면 옛 어른들에게 감이 좀 잡힐 설명이 될까? 국수 모양도 다양하고 양념도 걸쭉하고 다양하다. 각종 소스라는 것을 여러 가지 활용해서 갖가지 종류의 메뉴를 내보인다. 국수는 좋아하는데 파스타는 별로 내키지 않아 잘 먹지 않았다. 요즘은 워낙 대중화돼서 일행과 어울려 들어갔다가 어쩔 수 없이 좋아하는 척 하면서 먹었는데 의외로 맛이 좋았다.
곡식이 귀했던 시절 가을에 추수한 쌀이 다 떨어지고 보리나 밀은 아직 수확하기 전인 봄을 춘궁기라 해서 매우 힘들게 견뎌야 했다. 보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막바지 어려움이라 해서 보릿고개라 불렸던 아련한 추억의 이름이다. 이제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세태다. 격세지감이라 하면 맞으려나?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보리를 수확하고 우리 조상들은 추수감사 의식을 했는지 그 역사는 별로 들은 적이 없다.
성경은 보리와 밀의 첫 수확을 하면 하나님께 먼저 감사하는 제사를 드리고 그날을 맥추절로 지키라고 가르치고 있다. (출 23;16) 추수감사를 가르치며 명령하고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에 둔감한 모양이다. 하나님께서 이런 세세한 것까지 가르치고 계시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지는 것들에 대해서는 으레 그렇겠거니 하고 가만히 있다가도 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있는 대로 불만을 터뜨리고 마치 맡겨놓은 것이 없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분통을 터뜨릴 때가 많다. 옆 사람이 갖고 있는데 내게 없으면 눈에서 불꽃이 튄다.
우리 속담은 한술 더 떠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했을까? 심정의 적나라한 표현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상대적 빈곤감 표현의 극치라 할 만하다. 날씨가 더워지니 바야흐로 국수의 계절이다. 냉국수 더운 국수 할 것 없이 밀가루를 많이 먹는 계절이 되었다. 가난의 상징으로 기피했던 보리는 영양식 건강식의 상석으로 올라앉은 지 오래되었다. 우리도 맥추절을 그저 교회 절기의 하나로 지나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더 나아가 모든 것을 채워주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마음의 제사를 경건히 드리면 좋겠다. 주말에는 비빔국수 한 그릇 제대로 비벼 먹어야겠다. 한국인의 파스타를.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