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漢)나라 원제 때 ‘대덕’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대덕은 태자에게 학문과 예의를 가르치던 ‘보부’라는 관직에 있던 사람입니다. 그는 “태자가 잘못을 하면 그것을 써 놓을 나무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비방목’(誹謗木)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다리 근처에 나무를 세워놓고 잘못을 쓰게 했습니다. 잘못을 깨달아 더 나은 삶을 살라고 한 것입니다. 후대에, 중국의 궁궐이나 제왕의 무덤 또는 다리 앞에 ‘한백옥’(漢白玉)이란 대리석으로 만든 장대한 기둥 한 쌍을 보게 됩니다. 꿈틀대는 용과 구름 문양이 화려하게 조각되어 있는데 이 기둥들 중에서도 자금성의 것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이를 ‘화표’(華表)라 부릅니다. 이것은 특정 장소의 표지이자 가야할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데 지금의 이정표라 할 수 있습니다. 비방이란 원래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임금이 되기 위해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는 이정표입니다.
지금의 비방은 어떤 의미인가요? 본인이 없는 곳에서 남의 잘못을 비웃고 과거를 들추어 주변 사람들에게 망신을 줍니다. 그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매도하여 낙인찍히게 만들고 은밀한 죄를 폭로해 매장하는 행위로 바뀌었습니다. 비방의 원래 의미와는 상관없이 남의 실수나 허물을 들추어내어 그 사람을 부끄럽게 하는 목적이 되고 말았습니다. 성서에 보면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를 비방합니다.(민12장) 모세가 구스 여자 곧 에티오피아 여자를 아내로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재혼은 죄가 아닙니다. 성경은 가나안 7족속 여인 또는 애굽 여인과의 혼인을 금하였으나 구스 여인을 포함한 기타 민족과의 혼인을 금한 일이 없습니다. 모세의 재혼은 율법으로 어긋남이 없는 결혼이었으나 미리암과 아론은 그것을 빌미로 모세를 흠집 냈습니다.
하나님은 모세에 대한 비방이 하나님에게 하는 비방이라 여기셨습니다. 그러면서 모세에 대해 온유하고 겸손하며, 충성된 사람이라 말씀하십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 중심으로 살아가는 온유한 사람이라 하셨습니다. 이러한 모세를 비방하는 것을 하나님은 용서하지 않으셨습니다. 모세에 대한 비방의 결과로 미리암은 나병이 걸립니다. 아론은 회개하고 모세에 대하여 권위를 인정하고 ‘나의 주’라고 부릅니다. 모세는 온유하고 충성스러운 사람답게 자기를 비방한 사람들을 용서하고 미리암을 고쳐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비방을 극복하는 모세의 모습을 통하여 디아코니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남을 높여주기 위해 잘못한 것을 지적하여 고쳐주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욕심과 시기로 인해 남을 깎아 내리고 상처를 주기 위한 비방은 옳지 않습니다. 상대방을 비방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비방하여도 분노하지 말고 비방지목의 정신을 본받아 온유와 충성된 자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