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이야기] 천국 빵 공장

Google+ LinkedIn Katalk +

홍순목 장로님은 고려대학교와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직장 생활을 하던 중 호주대사관에서 선발한 국비 유학생으로 선정되어,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즈 대학원에서 회계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영연방 공인회계사를 취득한 인재이다. 1996년에 뉴질랜드에 정착해 2017년까지 오클랜드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공인회계사 사무실을 운영해 온 성공적인 사업가이기도 하다. 

그분이 어느 날 나를 찾아와서 지금까지 살아왔던 이야기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이야기하셨다. 홍 장로님은 고등학교 2학년 시절에 아버지의 사업이 완전히 망해 짐을 싸서 도서관에서 생활했다. 3학년 1학기까지 먹을 것이 없어서 식빵 한 봉지로 아침과 저녁 끼니를 해결하고, 점심에는 운동장 수돗가에서 물로 배를 채웠다. 결국엔 영양실조로 몸무게가 45킬로그램까지 떨어지고 오른쪽 폐가 망가져 휴학할 수밖에 없었다. 

허기로 고통받던 암울한 시절을 보낼 때 그분은 하나님께 서원을 했다. 60세가 되면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남은 생애를 배고픈 자에게 빵을 나눠 주는 삶을 살겠다는 것이었다. 그분은 이제 예순이 되었으니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고 했다. 그동안 수십 년 일궈 온 안정적인 사업도 다 접고 태국 국경에 빵 공장을 세우겠다고 했다. 참으로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여정이었다. 나도 미약하나마 빵 공장을 세우는 데 힘을 보태기로 했다.

마침내 홍 장로님은 계획대로 태국 치앙라이 북방 3개국 국경(태국, 미얀마, 라오스 트라이앵글 지역)에 인접한 메사이 지역에 빵 공장을 세웠다. 빵다섯선교센터가 문을 열고, 미얀마 난민 노동자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펼쳤다. 매일 아침 이들이 모이는 길거리 인력시장을 찾아가 직접 구운 소시지 빵과 우유를 나누어 주고, 그들을 위로해 주고 복음을 전하고 있다. 미얀마 난민촌과 고아원 어린이들, 또 치앙라이 현지 선교사들과 협력해 미얀마 신학생들에게 제빵 훈련 프로그램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참 아름다운 사역이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는 먹을 것이 없어 굶는 이들이 너무 많다. 선교는 복음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먼저 배를 채워줘야 마음이 열리고, 마음이 열려야 전도의 문이 열린다. 6·25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우리나라에 서양 선교사들이 복음을 들고 들어왔다. 그분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이 배고픈 자에게 양식을 나눠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병원과 학교를 세우고 또 교회를 세워 주었다.

이제는 배고픈 민족들을 도와야 한다. 배고픈 설움은 당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하나님께서는 특별히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돌보라고 하셨다. 이들의 공통점은 의지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들의 의지할 곳이 되어 주어야 한다. 성경은 계속적으로 구제를 강조한다. 구제는 반드시 해야 할 우리의 의무이자,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마음은 긍휼이다. 가난한 자도, 병든 자도, 죄인도 모두 불쌍히 여기셨다. 긍휼은 영어로 compassion인데 이것은 ‘com’(함께)과 ‘passion’(아픔)의 합성어이다. 즉 상대의 아픔을 함께한다는 뜻이다. 이제는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긍휼의 마음으로 살아야 할 때이다. 

이은태 목사

 뉴질랜드 선교센터 이사장

 Auckland International Church 담임목사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