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 요즘이다. 예전 같지 않고 매사에 감사하는 자신을 보면서 드는 느낌이다. 방에서 넘어져 털썩 주저앉으면서 ‘어머나’ 큰일났구나 싶었는데 약간 먹먹하기만 하고 아무 일 없어 털고 일어나면서 나도 모르게 “하나님 감사합니다”하고 머리 숙였다. 이어 그런 기도를 순간적으로 할 수 있게 하신 성령님께 감사했다. 이건 이전의 내 모습이 아니다. 환란이 축복임을 여러 번 간증하지만 6년 전 어지럼증으로 세상이 빙빙 돈 후에 생긴 변화이다. 병원에서 원인이 없고 너무 더운 날씨 탓이라고 안정만 하고 있으라 해서 에어컨도 못 켜고 이불까지 뒤집어쓰고 버텼다. 밥이 안 먹어져서 체중이 급격히 줄고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아무튼 그 투병 과정을 겪으면서 하나님께 온전히 매달리고 자연적으로 기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고 의지하며 두 손 다 내려놓고 ‘모든 것을 알아서 해 주시옵소서 모두 순종하겠나이다’라는 기도만 계속되었다. 그것은 내 힘이 아니고 오로지 하나님 은혜였다. 그런 복을 받을 만한 아무 공로 없는 내게 주님은 역사하셨다. 그런 마음가짐을 갖도록 말이다. 그것은 바로 기적이었다. 성령의 역사가 내게 일어나다니! 엄청난 축복이었다.
성령은 뜨겁고 회오리바람처럼 오는 줄 알았던 막연한 생각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아아 바로 이런 변화가 성령의 역사라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성령님이 아니고는 내 미지근한 마음을 이렇게 바꾸어 놓으실 수가 없다는 확신이 생기면서 성령님은 더 강하게 나를 이끌어 주신 것 같다. 걱정이 없어지고 두려움이 사라졌다. 무서워서 한 발짝도 떼어놓지 못하다가 오직 주님께 맡기고 조심하면서 병원도 가고 볼일도 다 보러 다녔다. 밥을 못 먹어도 초조해하지 않고 조금씩 먹고 안 내키면 그만두고 지내다 보니 조금씩 먹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빠진 건강에 대한 아쉬움보다 남겨진 건강에 대한 감사가 입술을 밀고 올라왔다. 전혀 내 의지가 아니었다. 더 늙어질 앞날의 걱정 보다 지금의 건강과 누림에 감사했다. 결국 병은 사라졌고 그 이후로 성령께서 동행하신다. 매사에 감사가 저절로 나오니 나를 대적할 어떤 일도 내 앞에 없다. 오늘도 성령의 도우심을 믿고 감사하며 산다. 성령님 만세!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