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지혜] 난세에 퇴계 이황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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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최고의 성리학자 퇴계 이황은 과거 급제 후 여러 관직에 있었지만, 소윤과 대윤의 권력다툼 결과로 일어난 1545년의 을사사화로 말미암아 관직을 박탈당하고 억울한 누명을 쓴 후에는 낙향하여, 출세를 마다하고 주로 학문연구와 제자 양성에 힘을 쏟았다. 그는 중종, 인종, 명종, 선조에 이르는 4명의 왕을 모셨지만, 패거리 정치에 환멸을 느끼며 거리를 두었다. 

당시 조정에서는 그의 사람됨과 학문의 탁월함을 인정하여 여러 번 관직을 권하였고, 그는 왕의 청에 할 수 없이 응했다가도 다시 낙향하기를 반복하였다. 70회 이상 사직서를 쓰며 벼슬을 마다한 후 낙향한 퇴계는 세상을 저주하거나 비난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부덕과 학문 없음을 자책하는 태도를 보임으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퇴계는 당시 문정왕후를 등에 업은 소윤의 보스 정치에 조선은 서서히 망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의로운 선비들이 대부분 화를 당하고 죽어가는 것을 보며 탄식하였다. 그러나 스스로의 학문과 행실의 부족함에 그 원인을 돌리며 자책하는 마음으로 도산서원을 중심으로 후학을 교육하고 자신의 학문을 연마하였다.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면 패거리 정치가 여전하다. 정의와 윤리의 보편적 가치를 대신하여 보스(Boss)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 정의와 윤리의 잣대는 보스의 생각에 좌우된다. 보스의 말 한마디가 내재된 양심과 도덕률을 능가하는 윤리의 기준이다. 그 결과는 도덕적 해이와 윤리적 타락이다. 일본계 미국 정치경제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Yoshihiro Fukuyama) 교수는 ‘신뢰의 적자(赤字)’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도덕적 해이와 윤리적 타락은 ‘신뢰 마이너스 사회’를 낳는데, 이는 패망의 지름길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의 보스를 중심한 패거리 정치가 ‘신뢰 마이너스 사회’를 만들고 있으며, 도덕적 사표가 되어야 할 종교계마저도 예외는 아니다. 

이 타락한 시대에 퇴계가 많아지고 있다. 화를 당할까봐 두렵고, 바른 소리가 존중되지 못하는 패거리 정치가 싫기 때문이다. 뜻있는 사람들이 모두 낙향하는 마음으로 보스 권력과 거리를 두고 정치에서 발을 빼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퇴계 선생의 때와 다르지 않다. 권력을 잡은 무자격자들의 오기의 소리가 공해처럼 가득하다. 그러나 누구를 탓할 것인가? 모두가 ‘나’의 부덕의 소치인 것을!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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