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성경통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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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둘째 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일간 구약성경 통독을 마쳤습니다. ‘통독’ 수료를 보고하기는 사실 어색한 것이 창세기에서 시작해서 말라기까지 끝을 내기는 했지만 하루 다섯시간 도합 20시간에 구약 39권을 ‘통과’해야 했기에 많은 부분을 건너뛰는 무리를 범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시간의 제약 속에서도 담당 목사님의 ‘방과 후 읽기숙제’를 포함하는 요령 있는 진행으로 300여 명 참가자들은 또 한 차례 통독 완료의 뿌듯함을 안고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한 달 후에 있을 신약성경통독마저 완료하게 되면 매우 큰 기쁨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관례에 따라 여전도회가 주관하는 행사이기에 여성 성도가 절대다수를 점하고 남자 장로 몇 사람은 한쪽 모퉁이에 섬처럼 모여 앉아 4일을 마치 수도승이나 된 듯한 자세로 보냈습니다. 오후시간 중간쯤 졸음이 오는 것을 쫓으려 모두 일어서서 스트레칭을 위한 체조와 율동을 할 때도 빠른 음악에 맞춰 동작을 따라 했는데 권사님들이 우리의 어색한 몸짓을 보고 속으로 많이 웃었을 것입니다. 각자의 현직 여하에 불구하고 주중 여러 날을 온전히 교회 행사에 바치는데 대하여 스스로 하나님의 치하를 기대하며 용기를 냈는데, 대신에 참가가 어려운 장로 한 분이 일부러 오셔서 인근 식당에서 격려의 오찬을 베풀어 주시는 고마움도 있었습니다. 

학창을 떠난지 오랜 몸으로서 경건한 자세로 자리에 앉아 시각과 청각을 집중해 말씀을 보고 듣는 ‘통독’은 우선 육체적 수련의 효과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면의 대형스크린에 LED 화상으로 투사되는 성경말씀을 눈으로 따라가고 표준 속도의 1.5~1.6배로 울려오는 성우들의 낭독을 두 귀로 흡수하는 일은 우리 감각기능의 최대한 가동을 요합니다. 동시에 통독자는 각 구절에 담긴 의미를 머리에 받아 그 뜻(정신)을 가슴에 간직해야 비로소 성경읽기를 수행하는 것이고 그러한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면 성경통독은 한갓 요식행위요, 여러 연중행사 가운데 하나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인도하시는 목사님이 우리에게 이러한 무거운 부담감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고 감사하게도 편안한 시간으로 이끌며 누구에게나 큰 성취감을 갖도록 배려하십니다. 여러 사람이 한방에 앉아서 세게 울려오는 소리에 함께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혼자서 책상에 성경을 놓고 페이지를 넘기는 것과는 크게 다른, 어쩌면 야곱과 여호수아와 다윗의 시대로 돌아와 있는 착각을 스스로 지어내고 있는 듯한 자신을 봅니다. 발음도 어려운 그 수많은 인명과 지명을 아름다운 목소리가 대신 읽어주니 나는 그냥 그 이미지들이 엮어내는 역사의 사건들을 상상의 날개를 타고 따라가면 됩니다. 

아무래도 구약성경은 신약에 비해 대하기가 더 자유롭습니다. 창조로부터 선택된 이스라엘 백성들의 반역에 하나님의 징벌을 경고하는 선지자들의 호령이나 모세 율법의 촘촘한 그물이나, 다 예수 그리스도의 인류구원을 위한 예고편으로의 몫을 다했습니다. 예수의 복음서와 사도들의 서신들은 우리의 호흡처럼 함께 살아가는 말씀이어서 다음달의 신약통독에서 만나기가 더 긴장되는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두 성경읽기를 잘 마치게 되면 이 게으른(겸손 아닌 진짜 고백) 성도는 2024년도 내신성적표에 딱 하나 ‘可’자 항목을 얻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장로님들, 8월 신약통독에 나오지 않으시렵니까?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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