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여름성경학교

Google+ LinkedIn Katalk +

여름성경학교가 한창이다. 아무리 부모들이 아이들의 시간을 통제하고 학원에 보내기만 바빠서 다른 문화 활동을 시키지 않는다 해도 여름성경학교만큼은 아직 그런 통제 대상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 여름방학 중에 멀리 자연 속에 깊이 들어가 계곡이나 바다에 몸을 담그고 성경을 공부하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귀한 시간이다. 

혹은 교회에서 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 분위기는 남다르다. 오래전에 교육부의 소년부장을 갑자기 맡았을 때 일이다. 첫 번 여름방학이 돼서 여름성경학교를 하게 됐다. 교회에서 진행하니 별 문제가 없는데 반드시 수영장에 가서 물놀이를 시켜야 한다는 교사들의 제언에 선뜻 반대했다. 깜짝 놀라는 교사들의 표정을 보고 내심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아니 이 많은 아이들을 교사 몇 명이 어떻게 감당하려고 물놀이를 간단 말인가, 그것도 교회의 공식프로그램에.

만약의 경우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어떡하며 교회에, 아니 나아가서 하나님 나라 확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는 생각에 당연히 반대했다. 교사들의 설득과 완강한 반대에 밀려 할 수 없이 허락해서 진행하기로 결정은 했으나 걱정이 태산이었다. 주일학교 경험이 전무한 나로서는 성경학교에 왜 물놀이가 꼭 들어가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경건함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하며 그동안 경험으로 볼 때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는 설득에 무경험의 나로서는 더 반대할 수 없어 수용했다. 그 여름 얼마나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은혜 받은 시간이었다. 무사히 여름성경학교를 마치고 날아갈 것 같았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교회의 성경학교에서 하나님을 만났다는 목회자들의 간증을 들으면서 그 소중한 추억을 갖지 못한 내가 가엾어 보이기도 했다.

자연 속에서, 집을 떠난 색다른 환경에서, 아니면 교회라는 익숙한 공간이라 할지라도 잘 기획된 집중적 과정을 함께 엮어나가면서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되고 하나님을 진지하게 만나는 역사가 일어나는 곳 여름성경학교, 올해도 여러 곳에서 진행되는 여름성경학교들이 은혜의 도가니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나님께서는 눈동자처럼 지켜주신다. 성경도 열심히 파고들고 물놀이도 신명나게 즐기면서 어린 영혼들이 하나님을 만나는 귀한 역사가 일어나기 바란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