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성경학교가 한창이다. 아무리 부모들이 아이들의 시간을 통제하고 학원에 보내기만 바빠서 다른 문화 활동을 시키지 않는다 해도 여름성경학교만큼은 아직 그런 통제 대상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 여름방학 중에 멀리 자연 속에 깊이 들어가 계곡이나 바다에 몸을 담그고 성경을 공부하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귀한 시간이다.
혹은 교회에서 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 분위기는 남다르다. 오래전에 교육부의 소년부장을 갑자기 맡았을 때 일이다. 첫 번 여름방학이 돼서 여름성경학교를 하게 됐다. 교회에서 진행하니 별 문제가 없는데 반드시 수영장에 가서 물놀이를 시켜야 한다는 교사들의 제언에 선뜻 반대했다. 깜짝 놀라는 교사들의 표정을 보고 내심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아니 이 많은 아이들을 교사 몇 명이 어떻게 감당하려고 물놀이를 간단 말인가, 그것도 교회의 공식프로그램에.
만약의 경우 사고가 나면 그 책임은 어떡하며 교회에, 아니 나아가서 하나님 나라 확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는 생각에 당연히 반대했다. 교사들의 설득과 완강한 반대에 밀려 할 수 없이 허락해서 진행하기로 결정은 했으나 걱정이 태산이었다. 주일학교 경험이 전무한 나로서는 성경학교에 왜 물놀이가 꼭 들어가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경건함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하며 그동안 경험으로 볼 때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는 설득에 무경험의 나로서는 더 반대할 수 없어 수용했다. 그 여름 얼마나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은혜 받은 시간이었다. 무사히 여름성경학교를 마치고 날아갈 것 같았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교회의 성경학교에서 하나님을 만났다는 목회자들의 간증을 들으면서 그 소중한 추억을 갖지 못한 내가 가엾어 보이기도 했다.
자연 속에서, 집을 떠난 색다른 환경에서, 아니면 교회라는 익숙한 공간이라 할지라도 잘 기획된 집중적 과정을 함께 엮어나가면서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되고 하나님을 진지하게 만나는 역사가 일어나는 곳 여름성경학교, 올해도 여러 곳에서 진행되는 여름성경학교들이 은혜의 도가니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나님께서는 눈동자처럼 지켜주신다. 성경도 열심히 파고들고 물놀이도 신명나게 즐기면서 어린 영혼들이 하나님을 만나는 귀한 역사가 일어나기 바란다.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