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개콘보다 재밌다는 정치, 그리고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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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 청문회 등의 방송이 인기를 끈다. 삼삼오오 모였다 하면 방송 내용을 언급하면서 열을 올렸다가 웃었다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이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그야말로 ‘정치 열풍’이다. 최근 국회방송이 여타 프로그램과 비교해 시청률이 낮지 않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이다.

혹자들은 정치 열풍을 ‘개콘보다 더 재밌다’고 표현한다. “정치가 더 웃기니 개콘 인기가 시들하다”는 조롱 섞인 평가를 하는 사람, “개그맨이 설 자리가 줄었다”며 비아냥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이러한 경향은 22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늘었다. 22대 국회 의석수는 여당 108석, 범야권 192석으로 범야권 주도의 정국이 펼쳐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국회의장과 주요 상임위 위원장을 야권에 넘겨준 여당으로선 정국 주도는커녕 제대로 힘 한번 써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여당이 야당을 향해 매번 ‘독주’ 또는 ‘독재’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반면, 야당은 여당이 국회법을 지키며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에 참여해야 한다며 비판에 열을 올렸다. 정치권의 다툼과 상관없이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관심은 정치인의 과거 행적을 비교하는 재미에 푹 빠진 듯 보인다. 

논쟁 중인 사안에 대해 전임 대통령 당시의 일들을 소환하거나 22대 국회 이전의 경험 등이 심심치 않게 튀어나와 갈등이 되기도 한다. 여와 야가 뒤바뀐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22대 국회를 보면서 고사 ‘자기기인’(自欺欺人)이 떠오른다.

자신도 믿지 못하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뜻을 가진 이 고사가 2024년을 살아가는 오늘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결국 개개인이 살아오면서 한 말과 행적들은 부메랑이 돼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을 평가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공격하기도 한다.

이같은 삶의 경험은 정치권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정치인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 교회 지도자 또는 성도들에게도 해당되는 지혜이다.

성경은 이러한 이유로 “어리석은 자는 온갖 말을 믿으나 슬기로운 자는 자기의 행동을 삼가느니라”(잠언 14:15)며 자신을 살필 것을 강조한다. 

이뿐이랴. 잠언 기자는 “내 입은 진리를 말하고 내 입술은 악을 미워 한다”(잠8:7)고 했다. 말에 있어 진실하고 거짓에 거리를 두어야 하는 것이 교회요 성도이지 않겠는가.

행함에 있어서도 이방인의 허망한 것으로 행하지 말아야(엡4:17) 세상과 다른 교회요, 기독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109회 총회를 앞두고 시끄럽다. 총회 장소를 정하지 못하다 총회 장소 공고 기일을 겨우 맞추는 등 총회의 체면이 말도 아니다. 현재 총회가 처한 상황에 대해 언론은 언론대로, 세상은 세상대로, 교회는 교회대로 비판하기 바쁘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 역시 ‘개콘보다 더 재밌다’는 비아냥을 할 수 있다. 오히려 ‘세상보다 못한 교회’라는 비난과 조롱이 가볍게 느껴질 정도이다.

어쩌다 총회가 이 지경이 됐는가.

성직자가 살아오면서 행한 말과 행동이 부메랑이 되어 오늘의 자신을 공격한다면, 분명 그의 삶은 잘못된 삶을 살았거나, 현재의 자신이 잘못됐다는 것이 자명하다.

성직자는 말 그대로 거룩한 직분이다. 귀한 직분을 감당하는 것은 스스로의 꾀나 지혜가 아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성령님의 감동에 따른 말과 행동이 기본이 되는 삶이 되어야 한다. 

성총회 역시 마찬가지다. 귀한 직분을 감당하는 자들의 모임이 되게 해야 한다는 사실은 굳이 주지하지 않아도 모두가 다 아는 이치다.

우리는 가장 기본이 되는 이 일에 한국교회의 미래, 성총회의 부흥을 논하는 것보다도 우선해 전념해야 한다. 그때에야 “개콘보다 재밌다”는 비아냥에서 “행복한 대한민국, 모두가 행복한 총회와 교회”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착하고 충성된 종’으로 칭찬받고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하기 위해선 목숨을 걸어야 하는 까닭이다.

채영남 목사

<중경 총회장, 본향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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