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을 바라보면서 인류의 미래가 과연 장밋빛일지 아니면 재앙이 될지 궁금하기만 하다. 지난 두 번에 걸친 칼럼에서 보았듯이 여러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해 보아도 어떤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필자는 긍정적인 미래의 가능성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사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거 과학기술의 변화속도는 언제나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게다가 인류 역사는 온갖 우연적인 사건으로 점철되어 있어서, 과거의 데이터에 바탕을 둔 모든 예측은 빗나가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개발되었을 때 냉전과 함께 인류의 종말이 가까워졌다는 비관적인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핵무기 때문에 인류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역설적으로 핵무기는 누구도 먼저 사용할 생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가공할 파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는 자원고갈, 식량부족, 환경파괴로 인해 현대기술 문명이 곧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잇달았다. 1972년 로마클럽이 발간한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는 당시 너무나 설득력이 있어서 인류의 미래에 관해 비관적인 생각이 팽배하게 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당시와 같은 고도의 경제성장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50년 이내에 원유, 알루미늄, 구리와 같은 자원은 곧 바닥나게 되고, 2천년이 되면 식량부족 현상이 심각하게 되고, 도시의 환경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괴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중요 자원의 새로운 매장량이 계속 발견되어 자원고갈은 일어나지 않았다. 녹색 혁명으로 식량 생산은 인구증가보다 훨씬 빨리 증가해 식량부족으로 인한 기근은 발생하지 않았다. 도시의 환경오염은 대폭 완화되어 런던,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의 공기질은 대폭 개선되었다.
그런데 비관적 예측은 실제로 틀린 것이 되었지만 완전히 무용한 것은 아니었다. 바로 그런 예측이 환경을 개선하고, 대체자원을 찾는 노력을 가능케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 예측이 빗나가게 한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화석연료가 만들어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는 했지만 심각한 지구온난화 위기를 가져오리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화석연료에 기초한 현대문명의 경제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로마클럽의 경고는 지금도 유효하다.
지금의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파국적인 결말을 피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한계도 더욱 분명해진다. 과학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파국을 피할 수 있는 인간의 도덕성과 합리성은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의 영성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종교가 쇠퇴할 것이라는 예측은 전혀 빗나가고 있다. 『세속도시』의 저자로 유명한 하버드의 종교학자 하비 콕스를 비롯한 신학자들은 21세기에는 기독교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종교가 더 부흥할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말한다. 필자는 여기에 우리의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류가 직면하는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영적 각성으로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앙을 통해서 우리는 과학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지구 생태계를 구할 인간의 도덕적인 책임을 다시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완진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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