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서른세 번  도전 끝에 이룬 신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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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했던 피난길 <2>

“소는 눈이 있어 일하고 개도 눈이 있어 집을 지키고 나중엔 잡아 먹는데 너란 놈은 일을 시킬 수도 없고 잡아먹을 수도 없는 밥 먹는 버러지에 불과할 뿐 백해무익한 놈이니 어서 속히 이 집에서 빨리 나가 버려라!”

눈먼 거지 같은 내가 자기들 집에 있는 것이 이웃 사람들에게 창피해서 그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나마도 철저하게 믿었던 고모는 한 술 더 떠서 나를 다그치면서 못살게 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진 고통을 하루하루 참아내면서 그 집에 머물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자고 일어나면 시작하는 일과가 입에 담지 못할 수백 가지의 욕을 듣는 일이었다. ‘급살맞아 죽을 놈’ ‘벼락 맞아 죽을 놈’ 등 하루를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냈다.

세상에 웬 욕이 그렇게도 많은지, 생전 처음 듣는 욕이 어린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 것 같았다.

또한 걸핏하면 수시로 얻어맞아 내 몸은 온통 매맞은 흔적으로 얼룩무늬가 될 정도였다. 그 당시에는 땔감으로 아카시아나무를 산에서 베어다가 말려서 사용하였는데, 하루는 고모님이 아카시아나무로 때리셨다. 때릴 적마다 돋친 가시가 살에 박혀 작고 여린 살점이 뚝뚝 떨어져 나가는 듯한 아픔을 참고 견뎌야 했다. 지금도 그때 얻어맞은 상처 흔적이 60여 곳이나 남아 있다.

도둑으로 몰리다

어느 날, 나에게 온 집안 식구들이 억울한 누명을 씌워서 달려들어 마구 구타했다. 다락에 숨겨 둔 500원이 감쪽같이 없어졌는데, 내가 가져가서 엿을 사 먹었다고 뒤집어 씌웠다.

나는 결코 그런 일이 없다고 항변했으나 오히려 매만 더 늘어났고 억울한 누명만 덮어씌울 뿐 빠져나갈 구멍조차 열어 주지 않았다. 고모님은 부지깽이에 불을 지펴서 나의 팔뚝을 지지면서 바른 말을 하라고 고문했다. 결국 알고 보니 그 돈은 그 집의 큰딸이 몰래 가져갔는데, 억울하게도 몰매는 내가 대신 맞아야만 했다.

어디 그뿐이랴. 한 번은 무슨 죄를 저질렀다고 곡괭이 자루로 내 머리통을 때리는 바람에 머리에 구멍이 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잘 아물고 치료가 되었기에 생명에는 이상이 없었으나 지금도 그 상처는 뚜렷하게 남아 있다.

또 어떤 날은 콩 껍질을 벗기라고 한 소쿠리 가져다 주어 열심히 하고 있는데 갑자기 목침이 날아와 내 머리통을 치는 바람에 나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나중에 정신차리고 보니 그것이 내 오른쪽 귀와 얼굴 옆을 쳤고, 그 뒤 귀가 안 들리고 귀에서 물 같은 것이 쏟아지며 밤새도록 통증이 오고 머리가 쪼개지듯이 아팠다.

그 날 밤이 내 생애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할 만큼 아픔과 고통이 심했다. 그런데 며칠 만에 앓던 귀가 깨끗이 치료되었다. 하나님께서 도우신 것이다.

또 한번은 얼마나 뺨을 세게 많이 맞았는지 귀 고막이 터졌으나 그때마다 주님께서 터진 고막을 그리스도의 보혈로 치료하여 주셨다.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다. 새벽 일찍부터 밭에 나가 새가 이삭을 까먹지 못하도록 하루 종일 새 쫓는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어린 나는 하루 종일 고함을 치면서 새를 쫓다 보니 허기진 배를 참을 수 없어 그만 밭두렁에 쓰러져 곤히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러다가 일어나서 너무 배가 고파 밭에 심어 놓은 수수 이삭을 잘라먹고 논에 고인 물을 마셨다. 그것을 트집잡아 수수 이삭을 잘라먹었다는 이유로 매를 얼마나 맞았는지 모른다.

지금 회상해 보니 고모 집은 어린 시절의 우리 집처럼 불교를 믿는 집이었다. 누가 아프기라도 하면 “눈먼 선태 네가 집에서 재수 없어서 그렇다”면서 욕하고 윽박지르고 때리기까지 했다.

내게 잊어버릴 수 없는 기억 하나가 있다. 고모 집에 손님이 오는 날이면 나를 영락없이 뒤뜰로 감춰 버렸다. 동네 사람들뿐만 아니라 먼 친척들까지 모여 하루 종일 잔칫상을 크게 차려 놓고 저녁 해질무렵이면 나를 끄집어내는 것이었다. 헛간에 하루 종일 갇혀 있으면서 음식 냄새를 맡다 보면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오죽했으면 이웃집 할머님이 나를 딱하게 여기셔서 감자와 콩을 넣어 만든 밀가루 개떡 한 대접과 식혜를 갖다 주셨겠는가.

“이것 먹고 꼭 잘살아야 한다. 하늘이 너를 도울 것이다. 이 집은 반드시 망한다. 옛말에 병신 자식 잘 대접하면 덕 본다는 격언을 이 집에서는 모르는구나!” 하시면서 그분은 나를 몇 차례 위로해 주셨다.

김선태 목사

<실로암안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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