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지 십 년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그동안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는 매년 놀랍게 성장했다. 한 해에 팔십 명씩 늘기도 하고, 매해 수십 명씩 교인이 늘어갔다. 서른일곱 살에 담임목사로 부임한 나도 정말 열심히, 정말 열심히 목회했다. 당시에는 전임 부교역자도 한 명이었다. 새벽기도회부터, 수요기도회, 주일 설교까지 담임목사인 내가 다 감당했다. 물론 심방과 특별 프로그램들도 혼자 다 감당했다. 40일간 ‘사순절특별새벽기도대행진’을 열었는데 주일에도 했다. 대심방도 다 하면서 했다. 어떤 때는 두 시간 자고 특별새벽기도회를 인도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피곤한 줄 몰랐다. 교회가 성장하고 교인들이 은혜 받고 변화되는 것이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렇게 십 년을 목회하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언제까지 용문교회에서 목회해야 하나?’ 라는 생각과 함께 몸과 마음도 지쳐갔다. 그러던 중, 서울에 있는 여러 교회들과 연결이 되었다. 선후배 목사님들이 ‘용문에서 십 년 목회했으니 서울에 있는 교회로 옮기라’고 권하면서 연결을 해 주었다. 그중의 한 교회는 주일 찬양 예배 때 가서 설교까지 하고 왔다. 그리고 거의 청빙이 결정되었으니 준비하라는 말까지 들려왔다. 그런데 이 사실을 우리 용문교회 장로님이 알게 되었다. 오래 전에 서울에서 용문으로 내려와 용문교회의 장로님이 되신 분인데, 내가 설교하고 온 교회의 장로님과 아는 사이였고, 그분으로부터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 이언구 목사님, 어차피 서울로 가게 되셨으니 우리도 후임자를 찾고 준비하자’는 내용을 우리 용문교회 장로님들이 다 교감한 상태였다. 그런 상태인 것을 나만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서울 교회로의 청빙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교회 원로장로님께서 나에게 식사를 함께 하자고 하셨다. 그래서 장로님 내외분과 우리 부부가 함께 식사를 했다. 그때 장로님께서 말씀하셨다. “목사님, 왜 그러셨어요. 우리 교회 좋은 교회예요!” 그 외의 다른 말씀은 일체 안 하시고 식사만 하고 나왔다. 담임목사가, 시무 중인 교회로부터 마음이 떠나 다른 교회에 가서 청빙 설교를 하고 왔다는 것은 목사에게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청빙이 되면 괜찮으나, 청빙이 되지 않았을 때 목사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나의 경우가 그랬다. 그러나 원로장로님은 딱 한 말씀만 하셨다. “목사님, 왜 그러셨어요. 우리 교회 좋은 교회예요!” 그리고 다른 그 어떤 장로님도 이 청빙과 관련된 이야기를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하고 계신다. 아마 그 원로장로님이 엄하게 입단속을 하셨던 것 같다.
그 원로장로님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교회, 좋은 교회다. 우리 용문교회, 정말 좋은 교회다. 마음 떠나 다른 교회로 가려고 했던 목사가 마음 붙이고 행복하게 27년이나 목회하게 한 정말 좋은 교회다. 요즘은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한다. ‘우리 교회, 정말 좋은 분들이 많다’, ‘우리 교회 장로님들, 참 좋은 분들이시다.’
좋은 교회는 결코 목사 혼자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성도들, 좋은 장로님들과 함께 만들어진다. 그러기에 우리 용문교회, 지금도 좋으나 더 좋은 교회로 세워져 갈 것이다.
몇 년 전 그 원로장로님께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하늘나라로 가셨다. 지금도 그 장로님이 그리워질 때가 많다.
이언구 목사
<용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