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지금 가장 심각한 정치 이슈를 꼽으라면 하나는 1년 전 수해구호 작업에 동원된 해병의 익사사고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칭 목사가 대통령 부인에게 전한 고가의 핸드백에 관한 것이라 하겠다. 이들 사건을 둘러싸고 대한민국 국회에서 여당, 야당 간에 벌어지고 있는 공방은 한심하기 짝이 없고 우리가 세계에 자랑하는 자유민주체제의 한계를 드러내기에 부끄럽다. 거대 야당이 힘자랑을 하며 정부, 여당을 몰아붙여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속셈이니, 그만했으면 하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생각이다.
차라리 연일 북으로부터 날아오는 ‘오물풍선’ 문제가 더 큰 정치권의 관심사가 되어 국회에서 진지한 토의가 벌어지고 정부의 대책을 따지고 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어려워진 서민의 삶, 일컬어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야의 경쟁적인 노력이 시급한데도 이들 소모적인 정쟁에 묻혀버리고 눈에 띄는 게 없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우리 대한민국이 의연 국제사회에서 그 위상의 계단을 한 발짝, 한 발짝 딛고 오르고 있음은 대견한데 각자 있는 자리에서 지혜와 열정을 쏟아 일하는 사업가, 노동자, 학자, 교육자, 문화예술인들의 공로이다.
오물풍선을 놓고 보면 한편으로는 긴장감이 더해지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옹색한 저쪽 사정에 쓴웃음을 짓게 된다. 외국에서 한반도를 바라본다면 세계에서 열전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가자지구를 제하고 가장 살벌한 무력대결을 해오고 있는 남북한 사이에서, 최강의 무기 전력을 양쪽에 쌓아 두고서 무슨 풍선 놀음이나 한가롭게 벌이고 있나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겠다. 하나 만드는데 우리 돈으로 10만 원이나 든다는 큰 비용을 써가며 한번에 수백 개씩 날려보내는 풍선작전을 독재자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주도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런 것을 ‘악의 순진함’이라고나 일컬을 수 있을지, 측은한 느낌을 버리지 못한다.
우리 쪽에서 탈북자 단체가 대북 심리전 문건들을 생필품과 1달러 지폐들과 섞어 북한으로 띄워 보내는 일을 오래 해온 것에 대한 ‘눈에는 눈’식 반격이라 하겠는데 그렇다면 종이 쪼가리나 가축 배설물 따위를 넣어 보낼 게 아니라 자기네들로서 자랑할 만한 것들을 모아 풍선에 달려 보내면 더 좋지 않나 하는 조언을 김여정에게 들려주고 싶다. 문제는 남한 사람들의 눈길을 모을 만한 물품이나 선전도구가 그들에게 없다는 사실이다. 1980년대 남한에 심한 수해가 났을 때 북한에서 쌀과 옷감 등 구호물품을 배로 실어 보낸 적이 있었다. 북한이 웬만큼 살 만한 때였음에도 물건의 질이 좋지 않아 받는 사람들이 달가워하지 않았으니 지금이야 그들이 보내줄 게 무엇이 있으랴.
오물풍선을 띄우는 것이 자기네가 남에서 날아오는 것을 쓰레기로 본다는 뜻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북한 지도자의 궁여지책이 딱하기만 하다. 오물풍선에 대응해 우리 군에서 대북 확성기방송을 다시 시작한즉 그쪽에서는 출력도 약한 확성기로 소음을 내보내 북한주민이 우리의 대북방송 듣는 것을 차단이나 하려 든다. 이건 ‘눈에는 눈’도 아니요 저희 백성 눈을 감기려는 짓일 뿐이다. 남과 북이 이 정도로 자제하고 더 조용히 지냈으면 한다. 그 이전에 우리 국회의 국회다운 모습을 보고 싶다.
김명식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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