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 행복한 선택  박래창 장로의  인생 이야기 (21)

Google+ LinkedIn Katalk +

몰입과 집중이 이끄는 비즈니스 성공의 비결

창의성… 경험과 집중에서 비롯돼

철저한 시장조사, 사업 성패 가른다

순도 높은 집중과 몰입이 차이를 만든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른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성장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발효’되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자신만의 특별한 능력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판단력, 응용력, 창의력을 통해 주저함 없이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 말이다.

그것은 사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패션을 공부한 적도 없고 재능이 있다고 자각해본 적도 없는 나였지만 사업을 하면서 그런 경지를 종종 느꼈다. 후천적인 습관과 몰입과 집중의 정도에 따라 결과는 천지 차이로 달라졌던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책을 보니 이런 말이 있었다.

“창의성은 경험을 연결시켜 새로운 것들을 합성하는 능력이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경험했거나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더 많이 집중하고 생각한 사람들이다.”

여기에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더 많이 생각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는 크다는 것을 현장에서 수없이 절감했다.

패션 도시들을 다니다 보면 새로운 것, 감각적인 것,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알아보는 눈이 생긴다. 비록 돈 계산은 빠르지 않았지만 이런 재능 덕분에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었다. 지금도 나는 숫자에 많이 둔감하다. 장부나 재정보고서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사업에서는 일등을 계속했다.

내가 처음 해외 시장조사를 나간 것은 한국 패션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유행에 민감해지기 시작한 1978년 무렵이었다. 그 뒤로도 20여년 후인 1997년까지는 원단 직물이 국내 산업의 보호를 위한 수익금지 물품 목록에 올라 있었다. 수출용 생산(보세가공)을 하기 위한 원단만 수입이 가능했기 때문에 내수용 패션 의류를 제조하는 회사들은 수입 원단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국내에서 세련된 패션 원단이 나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이런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조사가 필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당시는 외국에 나간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1974년에 다른 회사 사람들과 단체로 유럽을 돌아본 일이 있긴 했지만 혼자 외국에 나가는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여권을 발급받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교회 분들의 도움으로 여권을 만들기는 했지만 단수여권이었다. 그래서 한번 나가면 한꺼번에 주요 도시들을 돌고 와야 했다. 알래스카를 거쳐 22시간을 비행해 파리 드골공항에 도착한 뒤 파리, 런던, 밀라노, 취리히,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를 돌아보고 오는 일정은 출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대장정에 가까웠다. 사정이 허락할 경우에는 뉴욕과 도쿄까지 들르기도 했다.

처음 해외에 나갔을 때는 길을 잃지 않고 원하는 곳에 도착하는 것부터가 도전이었다. 내 전략은 이랬다. 일단 목적지인 도시 공향에 도착하면 택시를 탄다. 그리고 택시기사가 가지고 있는 두께가 10cm는 족히 넘어 보이는 관광안내 책자를 뒤진다. 거기서 태극기 표시를 찾으면 그곳은 거의 한국 대사관이나 한국 식당이었다. 택시기사에게 그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한 뒤 거기서 도움을 받아 도시의 정보를 파악했다.

또는 도시 중심에 있는 시티투어 관광안내소로 찾아간 뒤, 이층 투어버스를 타고 주요 시내 관광지를 돌다 보면 ‘아, 저기가 패션 중심지구나’ 하는 감이 왔다. 거기서부터는 택시를 타고 발품을 팔며 패션 시장조사를 하면서 사진 찍고, 메모하고, 샘플 의류들을 구입했다.

예산이 한정되어 있기에 신중을 기해야 했지만 예닐곱 도시를 돌고 한국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커다란 여행가방 3개가 꽉 차고도 넘칠 정도의 분량이 됐다.

처음에는 한 도시를 둘러보는 데 사흘이 소요됐지만 자주 가다 보니 하루로 줄었고, 그 다음에는 하루에 두 개 도시에 대한 조사도 끝낼 수 있었다. 나와 관계없는 분야도 집중하면 보이게 마련인데, 뭐 하나라도 건져야 돌아갈 수 있다는 결심으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발이 부르트도록 다니는 사람에게 집중력과 통찰력이 생기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유럽 주요 도시의 패션 중심지 구석구석을 하도 돌아다녀서 나중에는 지도를 그릴 수 있는 정도가 됐다. 때로는 나름의 패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런던, 파리의 주요 미술관도 들러봤다.

패션 산업의 정보는 말이나 글로 설명하거나 이해시키기 어렵다. 감성적으로 체득해야 하는 것이다.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된 상태에서 패션가에 들어서면 한눈에 트렌드가 보인다. 이렇게 트렌드를 읽은 후에는 디테일 분석에 들어갔다.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하면서 패션 골목을 누비다 보면 사업을 잘하는 브랜드와 못하는 브랜드 간의 차이가 구별됐고, 장사를 잘하는 점포와 못하는 점포가 구분됐다. 더 나아가 색상부터 디자인, 스타일, 원단, 부자재, 장식 단추 소재까지 유행의 모든 요소가 전부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다 보면 ‘이 옷은 디자인 소재는 좋은데 액세서리, 단추 색이 어울리지 않는구나’하고 혼자서 분석할 수 있게 된다. 그 순간에는 다리가 아프고 배고픈 것도 생각나지 않고 흥분과 설렘으로 힘이 솟았다. 황홀한 몰입에 빠져들 때는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스토리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옷 장사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옷을 만들기 위한 원자재, 부자재를 찾는 것이다. 뛰어난 의상 디자이너가 되려면 소재를 볼 줄 알고, 소재를 찾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면 스타일 디자인 결정에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감 없는 스타일은 상품화되지 못한다. 그런 디자이너들의 눈에 드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단이 혼방인지, 화학섬유, 니트, 우븐, 와플니트인지, 그리고 실이 캐시미어인지, 혼방 울인지, 또 실크, 코튼, 레이온 등 섬유의 질감과 특성이 어떻게 다른지 등등을 한눈에 알아보고 분별할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손끝 감각도 중요하다. 

박래창 장로

<소망교회 원로>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