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진효, 은효, 승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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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 성도들은 ‘우리 담임목사님은 아이들 이름을 아는 은사가 있다’고 말씀하신다. 설교할 때 아이들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특별새벽기도회 같은 때는 친밀한 분위기를 만들고 회중들과 소통하는 설교를 위해 종종 아이들 이름을 부른다.

그러나 내게 아이들 이름을 아는 은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 이름을 알 때까지 묻고 또 묻고 또 물으면서 마침내 아이들 이름을 알게 되는 것이다. ‘준우’라는 아이가 있다. ‘은우’라고 불렀다가, “은우가 아니고 준우예요” 그러면, “아이쿠, 목사님이 또 잘못 불렀네~ 맞아. 준우지? 미안해. 준우!” 하면서 고쳐 부른다. “다음에 또 틀릴지도 몰라. 그때도 잘 알려줘야 해요~” 하면서 하나하나 아이들 이름을 외워간다. “왜 아이들 이름을 그렇게 알려고 하세요?” 하고 묻는다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그냥, 아이들을 보면 이름이 궁금하고 이름을 부르고 싶다. 그래서 지금은 200명 가까운 우리 교회 교회학교 어린이와 학생들 이름을 거의 다 알고 부르고 있다. 그리고 누가 언니이고, 동생인지, 누가 형이고 누나인지 그 순서까지 거의 다 알고 있다.

이름을 외울 때 나름대로의 비법이 있다. “은규, 동규”, ‘금, 은, 동 순서처럼 은규가 형이고 동규가 동생이지~’ “전승, 전진”, 승진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며 승 진 남매 이름을 외웠다. “서홍, 서율, 서후”, 홍율후, 끝 글자를 통째로 외웠다. “신우, 지우”, ‘믿을 신, 믿음이 먼저지~’ 하면서 외웠다. “하은, 하영, 하민” 은혜와 영광을 먼저 생각했고, 하나님의 백성, 백성 민을 생각하며 순서를 외웠다.

“진효, 은효, 승효” 외우기가 정말 힘들었던 이름들이다. 여러 번 틀렸다. 특히 순서를 틀릴 때가 많았다. 드디어 두 주 전 주일에 다 외웠다. 보통은 은혜와 진리인데, 이 집은 진리와 은혜다. 진효가 먼저고 은효가 둘째다. 막내는 왜 승효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진효, 은효의 순서를 알고 나니 승효는 그냥 따라왔다. 드디어 세 아이들 이름을 틀리지 않고 불렀더니 아이들과 부모님이 박수를 쳐 주었다.

“라온, 라율, 라익”, “항찬, 예영, 예인”, “은주, 지원, 지율”, “은경, 태경”, “준우, 태리”, “성민”, “이삭, 릴리”, “하라, 루아”, “루하”, “예랑, 하람, 새람”, “하은, 정균”, “은솔, 한슬, 예담”, “은숙, 예지, 재성”, “예석, 예지”, “요한”, “바우솔”, “경서, 은서”, “초록, 하얀, 푸름”, “별, 은” ….

우리 교회는 주일에 국수를 먹는다. 용문교회 국수가 맛있어서 교회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일 식당의 국수 맛은 정말 일품이다. 나도 2부 예배를 마치고 3부 예배가 시작되기 전, 10시 30분 즈음에 식당에 내려가 국수를 먹는다. 바로 국수를 먹지 않는다. 식당 테이블 가득히 앉은 성도들과 아이들, 학생들을 일일이 찾아가 한 바퀴 돌면서 이름을 부르며 안부 인사를 나눈다. 교인들은 “목사님 대단하시다”고 그러는데, 아니다. 그냥 그렇게 된다. 이때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면 부모님들이 그렇게 좋아하신다. 매 주일 이렇게 하니, 내가 주일 식당에 내려가면 아이들이 졸졸졸 따라온다. 아이들도 자기들 이름을 불러주며 다가오는 목사님이 좋은 거다.

김춘수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예수님께서 주님을 모른다고 세 번씩이나 부인한 시몬 베드로를 찾아가 “요한의 아들 시몬아!” 하고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비로소 사도 베드로가 되었다. 주님의 영이 내게로 흘러서 그런지 나는 그냥 아이들 이름을 부르는 것이 좋다.

이언구 목사

<용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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