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지성] 과욕의 비극

Google+ LinkedIn Katalk +

고려 말기에는 전시과(田柴科)의 변질, 사원전과 농장의 발달, 권력자들의 불법적인 토지 점유로 국가 재정이 큰 곤경에 처하게 됐다. 그래서 위화도 회군을 계기로 정권을 장악한 이성계(李成桂, 1335~1408) 및 조선 건국 세력은 곧 토지 개혁에 착수했고, 그 결과 정립한 것이 과전법(科田法)이다. 이것은 개인에게 분급되었던 수조권(收租權)을 모두 국가에서 회수해 관료들에게 관품(官品)에 따라 분급해 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도 점차 수신전(守信田), 휼양전(恤養田) 등의 명목으로 세습화로 변질되어 감에 따라, 결국 16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는 토지 수조권 자체가 폐지되고, 관리에게는 녹봉(祿俸)만을 지급하게 되었다. 

조선시대 말기 농촌 현상을 되돌아보면, 토지 소유가 여전히 부의 척도였다. 그래서 농촌에서는 지주들이 토지를 많이 소유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예컨대, 부자들은 백석의 소작료를 거두어들이면,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몇백 석, 몇천 석, 만 석이 넘는 소작료를 받아들이려고 과욕을 부리고, 관리들과 결탁해 부정을 저지르는 일까지 발생했다. 또한 조선시대 말기에는 전정(田政)·군정(軍政)·환곡(還穀)의 3정(三政)의 문란이 발생해 민란(民亂)이 일어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동학난(東學亂, 1894)이다. 오늘날에는 그 당시의 동학난을 동학농민운동 혹은 격상시켜서 동학농민혁명으로 부른다. 이것은 전라도 고부군수 조병갑이 700석의 수세를 착복한 데 따른 농민들의 분노에서 폭발한 민란으로 결국 조병갑이 귀양가는 비극을 초래했고, 이 민란이 동학농민전쟁으로 비화돼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오늘날은 부 축적의 수단이 토지에서 주식으로 바뀌었다. 분수를 넘게 주식 투자를 하다가 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늘날 시장경제 시대가 되다 보니, 특히 유통업이 발달했다. 불법으로 독점하려고 사재기하다가 법망에 걸려 쇠고랑을 차는 경우도 있다. 또한 오늘날은 인터넷시대가 되었다. 지능이 고도로 발달해 보이스피싱이나 해킹까지 하다가 교도소행인  이들도 있다. 또한 쾌락주의가 만연되다 보니, 정신적 육체적 만족을 채우기 위해서 마약 등에 빠져 범법을 저지르다가 폐인이 되거나 영어의 몸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치적 시각에서 보면, 국가권력을 장악한 독재자들은 초심을 버리고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무모한 행동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로마공화정을 무시하고 독재를 하다가 피살된 카이사르(Caesar), 아무 죄도 없는 기독교인들을 불순한 세력으로 몰아 무자비하게 박해한 네로(Nero) 등을 들 수가 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유대인 600여만 명을 학살한 히틀러와 대동아전쟁을 일으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상당 부분을 삼키려고 잔악한 행위를 주도한 도조 히데키(東條 英機)와 같은 무모한 독재자들을 간과할 수가 없다. 이들은 순리와 이성을 망각하고 과욕을 부리다가 결국 비극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오늘날 북한의 김정은은 3대 세습을 통해 집권해 오면서 민주의식은 찾아볼 수 없고, 핵무기와 미사일로 공포정치를 자행하고 있다. 국가의 주권은 개인 가족의 사유물이 결코 아니다. 김정은은 영구적으로 권력을 누릴 것 같은 오만방자한 자세로 반통일정책을 자행하고 있으며,  한민족의 정체성까지 부정하고 있다. 남한 말까지 금지시키고, 통일이라는 글자 자체를 지워버리는 비이성적 정책을 쓰고 있다. 북한이 그런 정책으로 선회한 근본 원인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북한의 세습정권을 지키겠다는 정치적 과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성경에는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약 1:15)고 했다. 과욕은 비극을 자초하는 길이다. 따라서 김정은은 역사의 심판에 이르기 전에 사심(私心)을 버리고 하루속히 한민족이 하나되어 미래로 웅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인형 장로 

– 영세교회 원로

– 강원대 명예교수

–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회장

공유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