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확실한 과제 두 가지를 발견했다. ‘소그룹’과 ‘가정’이다. 교회가 성장하고 일천여 명이 모이는 우리 용문교회였지만 코로나19 위기를 만나자 교인들은 완전히 홀로 고립되고 말았다. 성도 간의 사랑과 섬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진정한 사랑과 섬김의 ‘소그룹’을 세워야 함을 절감하게 되었다. 또 하나는 ‘가정’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가정에서의 신앙교육이 잘 이루어지는 자녀들은 별 탈 없이 신앙생활을 잘 이어갈 수 있었다. 다음세대 신앙교육의 주체가 교회학교가 아니라 가정이고 학부모여야 함을 절감하게 되었다.
교구 편성을 완전히 새롭게 했다. 세대별 교구 편성이다. 다음세대를 위해 ‘학부모 교구’를 편성했다. ‘들꽃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예수님께서 ‘들의 백합화를 보라’고,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아니하지만 하나님께서 저렇게 아름답고 영광스럽게 가꾸어가지 않느냐’고 말씀하셨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소중한 자녀를 세상의 흐름에 따라 부모의 욕심대로 키울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맡기는 신앙교육을 하자는 의미에서 ‘들꽃마을’이라는 교구 이름을 붙였다. 중년교구를 편성했다. ‘숲속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중년은 넓고 깊은 숲처럼 모든 것을 다 품어야 하는 때다. 부모, 배우자, 자식, 경제 문제, 건강, 노후준비 등 이런 저런 과제들을 다 품어야 하는 때가 중년기다. 그래서 ‘숲속마을’이라는 교구 이름을 붙였다. 65세 이상의 노년교구를 편성했다. ‘과수원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노년기는 무르익은 열매로 하나님 앞에 서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다. ‘죽는 날까지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다가’ 주님 앞에 서야 할 사명의 시기다. 그래서 ‘과수원마을’이라는 교구 이름을 붙였다.
각 교구마다 ‘사랑방’이라 불리는 소그룹이 있다. ‘사랑방에 모이고 예수마을 이루고’라는 표어 아래 ‘들꽃마을 학부모 소그룹’, ‘숲속마을 중년 소그룹’, ‘과수원마을 노년 소그룹’이 비교적 활발하게 움직여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사랑방지기’로 불리는 소그룹 리더다. 89세 된 권사님도, 86세 된 원로장로님도 과수원마을 사랑방지기로 헌신하신다. 쓰임 받고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랑방 소그룹 식구들을 정성을 다해 섬기고 계신다. 매주 일일이 안부 전화를 하신다. 사랑방 소그룹 모임 때마다 거의 개근이다. 중년교구 숲속마을 여성 사랑방지기의 고백이다. “우리 사랑방 식구들은 교회에서 중심이 아닌 주변에 있던 분들인데, 사랑방 소그룹 모임을 통해 주인이 되어가고 있어요. 사랑방 모임을 통해 눈물과 감동, 변화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학부모 교구 들꽃마을 부부사랑방의 경우, 그동안 어색하고 서먹서먹하게 신앙생활 했던 부부들이 사랑방 소그룹 모임을 통해 친밀한 가족처럼 되어가고 있다.
소그룹 목회를 하려고 할 때 많은 목사님들이 말렸다.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면서 말렸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소그룹은 반드시 세워야 할 교회의 본질이기에 기도하며 공부하고 준비했다. 그리고 실행에 옮겼다. 맞다. 많은 영적, 육체적 에너지기가 끊임없이 공급되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답게 헌신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랑방지기들이 있기에 소망을 갖는다. 잘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더 잘 세워질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조동화의 시 ‘나 하나 꽃피어’라는 시가 있다. ‘나 하나 꽃 피어 /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나와 너’ 그 한 사람은 천 명을 이루고 강국을 이룰 사람들이다. “그 작은 자가 천 명을 이루겠고 그 약한 자가 강국을 이룰 것이라 때가 되면 나 여호와가 속히 이루리라”(사 60:22) 여호와 하나님께서 거친 풀밭이 꽃밭이 되게 하실 것이기에 들꽃마을, 숲속마을, 과수원마을 이야기는 계속해서 아름답게 이어져갈 것이다.
이언구 목사
<용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