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도의 문학산책] 죽음의 감옥에서 쓴 영생의 신앙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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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유대인의 유언

히틀러의 나치 정권은 독일 국민의 지지(支持)하에 유대인 600여만 명을 절멸시켰다. 반(反)유대주의로 실시한 홀로코스트 즉 유대인 멸종(滅種) 계략에 따라 아우슈비츠 감옥에 수용되었던 한 유대인이 남긴 벽서(壁書)가 남아있다. 죽음을 앞두고 벽에 남긴 세 문장은 그가 믿는 하나님께 드리는 간곡한 기도문이다. 

나는 태양이 비치지 않을 때에도 태양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 나는 사랑을 느낄 수 없을 때에도 사랑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 나는 하나님께서 침묵하실 때에도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믿는다  

자신의 임박한 죽음 앞에서 하나님은 왜 계속 침묵하고 계실까. 과연 내가 믿어 온 하나님은 지금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때 화자는 ‘하나님께서 침묵하실 때에도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믿는다’는 확신을 수용소 벽에 각인해 놓은 것이다. 죽음 앞에 선 기독교인의 절대적 신앙고백이다.

이 세 문장을 묵상하자면 우주 자연의 선천적 직관의 이치에 따른 이해, 즉 ‘태양이 비치지 않아도~태양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는 신념과 성령이 값없이 무상으로 주시는 은사(사랑), ‘사랑을 느낄 수 없을 때에도 사랑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는 확신은 우리에게 크나큰 감화를 준다. 이 세상에서의 죽음은 곧 영생의 낙원에 이르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확신하는 메시지이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라고 호소했으나 하나님은 끝내 침묵하셨다. 이는 하나님의 가장 괴로운 침묵이 아니었을까.

금년은 독일 신학자 본 회퍼의 서거 79주년이 되는 해이다. 독재자 히틀러의 나치 정권에 저항하다 투옥당하고 끝내 교수형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가 겪은 고난의 역사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고뇌한 흔적이 그의 시편에 남았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시에서 <나는 누구인가? 그 사람인가? 저 사람인가? 오늘은 이 사람, 내일은 어떤 다른 사람인가? 인간 앞에서는 외식(外飾)하는 자인가?> 라고 거듭거듭 자기 검증을 하고 있다.

본 회퍼의 경우나 위에 예시한 유대인의 경우나 모두 최후의 순간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 생을 마친 사례들이다. 

‘나는 믿기 위하여 알려 하지 않고 알기 위하여 믿는다. 나는 믿는다~내가 믿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것을.’ 스콜라 신학자 안셀무스 신앙관이다. 믿음이 전제되지 않은 신앙은 확실한 믿음을 갖기 어렵다는 말이다.

히틀러는 “유대인들은 하나의 인종인 것은 틀림없으나 인간은 아니다”라는 궤변으로 신성한 천부의 인권부정한 악마의 화신이다. 

사진은 죽기 전에 벗어 놓은 유대인 여성들의 금반지.

박이도 장로

<현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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