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곧 미수(米壽)의 나이에 접어든다. 죽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가리라던 꿈은 허사가 되었다. 유대인의 광야 40년을 연상해보기도 한다.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아나스포라의 기대가 바뀌어 이제는 임종(臨終)의 날을 기다리는 신세가 된 것이다.
아나스포라
– 서막(序幕)
그리운 내 고향
돌아가고 싶구나, 우리 집으로
나의 디아스포라(diaspora) 70년은 언제 끝나는 것일까
이미 부모 형제는 모두 하늘나라로 돌아가셨네
나는 천애(天涯)의 고아가 되었네
그 한세월 나는 외톨박이 신세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식민통치에서 해방
조선독립 만세를 외치던
3.1 운동의 그 함성이 되살아나는
해방의 환성도 잠시
무신론자, 김일성의 공산주의자로부터 쫓겨난 신세
우리 가족의 디아스포라는 시작되었다
디아스포라 한평생, 그 끝이 아직 안보인다
나는 간절하다
내 고향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나의 아나스포라(anaspora)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40년을 넘어
하나님의 언약을 나는 믿는다.
내 한평생의 꿈은 도로(徒勞)에 그치고 말았다. 고향집으로 돌아간다는 희망은 끝내 이룰 수 없게 되었지만 내 영혼은 영생의 나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다짐하는 시간을 맞이한 것이다.
이에 나는 평생의 나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보게 된다.
과연 나는 하나님 앞에서 구원의 확신을 갖고 있는지? 시시로 바뀌는 나르시즘의 편리주의적인 믿음의 소유자는 아닌지, 두려운 마음으로 돌아볼 때가 있다.
내가 그대를 믿는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믿는 것이다
나 자신을,
나에게 확신이 올 때
진정 그대를 믿는 것이다
내 이웃을 믿고
그리고 신(神)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이어라.
(‘믿음’ 전문. 시집 <약속의 땅>에서)
시집 <약속의 땅>에 일관해, 나란 존재는 무엇이며 내가 살아가는 삶이란 무엇인가.
철학이나 종교의 탐구영역에 해당하는 것, 사유의 기저에는 기독교적 신앙이 놓여 있다.(이숭원 교수의 평설에서)
박이도 장로
<현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