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긴과 보아스] 내가 다 맞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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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내랑 같이 전주를 내려가다가 어느 휴게소를 들렀다.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한식 판매대 앞에서 음식을 받아 한창 식사하는 중이었다. 자리가 많지 않아서 창구 앞에서 식사하고 있었다. 그때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남자 두 분이 식사를 마치고 각자 식판을 들고 반납대를 향하고 있었다. 뒤이어 가는 분이 앞서가는 분을 불렀다. “이 사람아, 이리 와. 왜 그리 가고 있어. 여기에다 내야지” 그러자 저만치 가던 분이 식판을 들고 자기를 부르는 사람 쪽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앞서가던 분을 부르던 분이 식판을 그곳 반납대에 내려고 하니 직원이 이런 말을 했다. “손님, 그 식판은 여기에다가 내는 게 아닙니다. 저곳에 갖다 내세요.” 그 직원이 가리키는 곳은 앞선 분이 식판을 반납하려고 가던 그곳이다. 음식 판매대는 다 반납대가 따로 있었다. 이분들이 드신 음식의 식판은 앞서가던 분이 찾아가던 반납대 그곳에 내는 것이 맞았다. 그런데 뒤에 나온 분이 자기가 식사한 자리 가까이에 있는 반납대를 놔두고 저 멀리 있는 반납대로 향해 걸어가고 있는 분을 나무라듯 부른 것이다. 결국 제대로 반납대를 찾아가던 분은 왔다가 다시 돌아가야 했다. 올바르게 가던 분을 나무라듯 부른 그분은 아무 말 없이 식판을 들고 앞선 분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식사하다가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다 맞는 것이 아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는 맞고 상대는 틀렸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내 생각과 다르면 다르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무조건 상대가 틀렸다고 말할 때가 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틀리고 상대가 맞는 경우가 있다. 내가 다 맞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항상 내가 맞는다고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것이 항상 틀린 것은 아닌 줄 알아야 한다. 

앞서 식판을 들고 반납대로 가던 분이 자기를 나무라듯 ‘왜 그리 가느냐?’고 했던 사람에게 와서 그 사람의 식판을 받았다. 그러고는 두 사람의 식판을 들고 반납대로 갔다. 자기를 틀렸다고 한 사람의 식판까지 들고 아무 말 없이 반납대로 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좀 궁금했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일까?’ 자기를 부른 사람을 향해서 ‘왜 불러. 우리 식판은 그곳이 아니라 저곳에 내는 것이야.’ ‘알지도 못하면서 날 나무라느냐’고 한마디 할 법했다. 그런데 아무 말 없이 자기를 잘못했다고 핀잔을 준 그 사람의 식판까지 들어다가 반납대에 내는 모습을 보았다. 그분의 말없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밥 먹다가 문득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라”(마5:41, 개역 개정)는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했다. 내가 다 맞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맞아도 남들에게 틀렸다고 말하지 말자. 남의 잘못을 곧바로 지적하지 말자. 말없이 조금 기다려주자. 조금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민경운 목사

<성덕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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