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광장] 빌라도 법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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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그리스도에 십자가형을 내린 유대 로마총독 본디오 빌라도는 지금까지 최악의 불공정 재판의 상징이 되어 매일 기독교인들의 신앙고백에서 그 불명예스런 이름이 불리워진다. 예수가 무죄함을 스스로 알면서도 우유부단한 성격에 무지한 군중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그는 구세주를 병정들의 손에 넘기고 만다. 예수의 부활, 인류구원의 대속, 예언의 성취를 믿어 우리는 위로를 받지만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 땅에서의 사역을 마쳤음은 너무도 애석하다. 

복음서들이 전하는 빌라도 법정의 모습은 재판의 기본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피고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도 인정되지 않고 성난 군중이 배심원이 되어 사형을 요구한다. 식민지 총독이 재판장이 되어 예수에게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고 묻고 예수는 “네가 말하였도다”고 짧게 답한다. 예수는 이미 죽음을 결심했기에 자신을 변호할 뜻이 없지만 성경을 읽는 우리는 그가 충분히 빌라도를 설득할 수 있음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니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예수님께 대단히 죄송하지만, 오늘 대한민국 국회를 돌아보니 의원들 가운데 빌라도 재판을 저들 나름으로 동경하며 이를 흉내내고 싶어하는 자들이 있다. 여러 모양의 청문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그들은 증인으로 불려나온 사람들에게 걸핏하면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라고 주문하고 증인이 몇 마디라도 설명을 붙이려 하면 가차없이 끊고 고성으로 욱박지르며 일방적인 비난과 모욕적인 힐난을 이어간다. 자기네는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것이니 ‘국민’ 앞에 한치도 숨김없이 답하라고 요구하면서 증인의 답변에는 귀기울이지 않는다.

본디오 빌라도의 후예들은 여의도 국회 말고도 이 나라 국가조직의 곳곳에서 크고 작은 권력을 손에 쥐고 휘두르며 억울한 사람들을 양산하고, 진실을 은폐하고, 거짓을 포장해 정의를 훼손하고 있다. 경찰, 검찰, 법원 등 법집행기관이 빌라도의 복제인종들을 다수 배출하는데 입법기관인 국회가 단연 이들이 따라잡지 못할 만큼 많은 반민주적, 반지성적 사례들을 쌓아감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걷어차 버리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머잖아 국민 다수의 이름으로 국회의 해산을 명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성인 유권자들이 254개 지역구와 46개 비례대표 의석에 국회의원 300명을 뽑아주었는데 국회가 구성되자마자 이들은 국민의 보편적인 뜻과 희망을 저버리고 일제히 권력행사와 권력 탈취의 쟁투에 돌입했다. 소속당의 이익만이 절대적인 선이 되어 이를 위해 온갖 술수와 계략에 몰두하고 있다. 빌라도 법정을 메운 유대 군중은 엊그제까지도 호산나! 호산나! 구세주를 환영하던 사람들이었지만 바리새인들의 선동에 응해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고 강도 바라바를 풀어주라고 했다. 이들의 표변하는 심리는 한가지로 불의를 향해 나아간다. 

예수 재림을 기다리며 인류역사가 2 천년 흘러가는 동안 빌라도 법정의 모순은 그대로 유전되어 오늘 대한민국에 괴물국회를 낳았다. 멀고 가까운 역사를 통해 민족이 스스로 이룩한 지성과 사상의 발전도, 근세 이후 국제교류를 통해 수입한 서구 자유민주주의 체제도 오늘날 맹목적인 권력지향 세력의 망동으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있다. 주 예수여 어서 다시 오셔서 이 나쁜 것들에 종말을 지어 주시고, 그 이전이라면 우리 백성들에 정의로운 의지를 부어 주시어 바른 질서를 스스로 이룩하게 도와주소서.

김명식 장로

• 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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