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흐뭇한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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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나 오늘쯤은 조금 누그러들려나 하면 더욱 기승을 부리며 연일 폭염이 계속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럴 때면 물을 뒤집어쓰는 일이 제일이다. 하지만 일도 안 하고 물속에만 앉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하늘을 보며 몸을 풍덩 시원한 물속에 담그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입이 헤 벌어지는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방학 중인 아이들은 수영장에 매일 가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더위가 더욱 짜증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모들은 일을 해야 하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매일 수영장에 다니기가 힘들다. 이런 점에 착안해 우리 교회는 몇 년 전부터 용단을 내려 일을 저질렀다. 좁지만 교회 앞마당을 1일 수영장으로 탈바꿈하는 시도였다. 평소에 주차 공간으로 쓰는 곳을 토요일 하루 수영장으로 만들어 동네 아이들을 초청하는 것이다. 

비닐 용품이 다양하고 품질이 좋아져서 대형 물통을 만들었더니 교회 앞마당은 순식간에 대형 수영장이 되었다. 금요일 저녁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 상영으로 문화 코너까지 갖춘 훌륭한 수영장이 되어 어린 손님들을 기쁘게 하는 축제, 깜짝 이벤트가 시작된다. 어른도 아이도 다 이용할 수 있는 기획이다.

동네 한 가운데 커다랗게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교회당이 아니라 이렇게 멋진 사랑의 축제장을 마련해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교회,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발상이란 말인가? 생활신앙, 생활 속에서 실천함으로 주위에 예수의 향기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다. 그래야 자연히 교회에 오고 싶어지는 사람이 늘어난다. 말로 전해야 하지만 그 말하는 사람의 신앙이 따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교회는 주위에 유익을 끼쳐야 한다. 

위임목사님의 절규가 가슴에서 용솟음치는 순간이다. 이 축제 기간 동안 전도에 관한 직접적인 행동이나 문구는 일체 사절이다. 이 또한 얼마나 배짱 좋은 기획이며 자신감 넘치는 생각인가?

이웃을 위한 봉사와 사랑의 마음으로 이 더운 여름날 멋진 수영장으로 손님들을 불러 모아 더위를 잠시나마 쫓아버리고 하늘을 보며 물장구치는 즐거움을 서울 중구 한복판에서 벌이고 있는 우리 교회, 사랑합니다. 멋쟁이 우리 목사님!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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