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평전] 바다식목일(植木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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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식목일! 그런 기념일이 있는가!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 해양 오염으로 바닷속의 생태계가 황폐화되고 있는데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국 정부는 2012년 수산자원관리법(水産資源管理法)을 개정하면서 ‘바다식목일(5월10일)’이란 명칭을 붙여 국가적인 행사일로 정했다. 이제는 식목(植木)은 땅에 나무를 심는 것만이 아니라 잠수부가 바닷속에 들어가 다시마, 감태, 모자반 등 해조류를 심거나 해조류 씨를 담은 주머니를 뿌리는 일도 포함된다. 바닷속 사막화를 막기 위해서다. 세계 모든 바닷속이 그렇겠지만 우리나라 바닷속은 해양 오염과 수온 상승 등 요인으로 하얀 석회조류가 바닷속 바위를 뒤덮고 있다. 이 때문에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해양 생태계가 황폐화되고 있다. 해조류는 나무처럼 산소를 내뿜기에 물고기의 서식처와 산란장 역할을 한다.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해조류를 심어 조성한 바다 숲은 여의도 83배 크기인 2만4천258ha에 달한다. 해수부는 2030년까지 5만4천ha를 바다 숲으로 만들 계획이다. 올해는 동해 5곳(양양, 강릉, 고성, 포항 등), 서해 4곳(옹진, 보령, 부안 등), 남해 4곳(여수, 통영 등), 제주 4곳 등 충 17곳(2천385ha)에 해조류를 심었다. 바다식목일은 전국 민둥산을 오늘날 푸른 숲으로 바꿔놓은 4월 5일 식목일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이런 바다식목일을 지정하는 이유를 거듭 찾아보자! 일명 갯녹음 또는 백화현상이라 불리는 ‘바다 사막화’가 국내에서 처음 관찰된 것은 1998년 서귀포 남쪽 바다에서였다. 바다 밑 10~20m 바위에서 감태,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조류가 그 자리를 뒤덮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 후 바다 사막화는 제주도 모든 해역으로 확산됐고, 동해와 남·서해 연안으로도 번져 나갔다. 해양 오염, 수온 상승, 과도한 해조류 채취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었다. 마침내 울릉도 2.6배 넓이인 1만9천ha가 사막화됐고 지금도 연간 1천200ha씩 확산되고 있다. 국내 연안의 바다 사막화는 1992년 제주해역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경북 연안에서 남·서해까지 계속 확산되고 있다. 갯녹음 현상이 벌어진 해양에서는 어획량이 40% 이상 감소했다.

요컨대 해저에서 해조류를 심는 바다식목일 행사는 바다숲을 가꾸어 바다 사막화를 막기 위해서이다. 갯녹음 현상이 처음 관찰된 제주에서 2013년 제1회 바다식목일 기념행사를 개최한 것은 그런 의지의 표현이다. 

바다식목 작업은 육상의 식목(일)과 달라 일반인들은 참여할 방법을 찾는데 마땅치 않고 바다숲 조성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기도 어려운 일이어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실 땅 위에 나무를 심었을 때 70~80% 효과를 거둔다면 바다숲에서는 30~40% 효과만 거둘 수 있으니 솔직히 육상의 식목만큼 신뢰성도 떨어진다.

그 때문인지 2012년에 매년 5월 10일이 법정 바다식목일 기념일로 제정되었는데도 아직도 바다식목일을 아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미역, 다시마 등 다양한 바닷말인 해조류가 번성해 바다숲을 이루고, 해초류들이 무성하게 자라 잘피밭을 이루는 건강하고 풍성한 연안 해저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반대로 해조류가 사라지고 그곳에 무절석회조류 등이 번져서 암반을 하얗게 뒤덮는 갯녹음이 발생하면서 바다가 급격히 황폐화되어 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섬뜩할 것이다. 

마침내 한국은 세계 최초로 제정한 바다식목일을 통해 바다 해조류 녹화운동을 확대해 씨 그린 코리아(Sea Green Korea) 이미지를 세계에 부각시키고 있다. 바다 녹화 국제화의 글로벌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동남아 바닷속에 숲 유용 수산자원 조성·관리 통합 모델의 동남아 거점화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류는 창세 이래 사실상 강(江)과 바다와 함께 살아왔다. 강과 바다 혜택을 받으며 살아온 것이다. 강과 바닷속에 있는 어(漁)자원부터 해조류 등 갖가지 해저 자원들은 인간에게 새로운 먹이와 생활자료를 주었고 영감(靈感)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는 청결 관리만 잘하면 오늘도 내일도 끝없이 인간들에게 갖가지 먹거리와 삶의 터를 제공해줄 것이다. 치수치국(治水治國)이란 말이 있다. 21세기는 바다(물) 관리를 잘해야 하는 치해치국(治海治國) 세기다. 해양을 잘 관리(바다식목)하면 한반도 남·동·서해가 청결해지고 대한민국이 부강해지고 마침내 국가 해양안보도 튼튼해질 것이다.

김동수 장로 

•관세사

•경영학박사

•울산대흥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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