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Bikini) 하면 생각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가슴과 허리만을 가리는 여자 수영복이고 또 하나는 남태평양 마셜군도(Marshall Islands)에 속하는 무인도인 비키니섬이다.
미국은 1946년부터 1958년까지 이 비키니섬에서 20개 이상의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핵실험을 감행했다. 이 핵실험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다른 강대국들이 앞다퉈 핵무기를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비키니는 충격의 섬으로 인식되었다. 비키니섬에서 미국이 1946년 7월 1일 최초로 원자폭탄 실험을 한 3일 후에 프랑스의 한 패션쇼에서 비키니라는 이름의 수영복이 선을 보여 또 한 번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비키니라는 이름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 미국의 핵실험을 고발하는 영화가 1962년 이태리의 야코베티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바로 몬도가네(Mondo Cane)라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끔찍하고 충격적인 장면이 많이 들어 있어서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장르에서 파생된 쇼큐멘터리(Shockumentary)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세계의 미개지나 문명사회의 그늘진 구석의 현상들을 찾아내어 사람들에게 충격과 놀라움을 주었던 영화이다.
이 영화의 한 장면에는 비키니섬의 한 거북이가 알을 낳으려고 육지로 올라온다. 그리고 알을 낳고 다시 바다로 간다고 하는 것이 방향감각을 잃고 점점 육지 위로 올라가서 길을 찾지 못하다가 죽어간다. 핵실험 후 방사능의 영향 때문이었다.
‘방향감각의 상실’, 이것이 바로 현대문명의 현주소요, 현대인들의 상태이다. 인생을 살면서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죽음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바다를 향해 가는 줄 알고 갔는데 육지 깊숙한 곳으로 가버린 거북이는 바로 현대를 사는 우리의 모습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인가에 대한 방향감각을 상실한 우리의 모습은 없는지 생각해야 하겠다.
혼탁한 세상 속에서 교회 지도자들이 오염되지 않고 제 길을 가야 자꾸 비키니의 이미지에 가까워지는 한국교회를 구원할 수 있다. 원자폭탄보다 더 무서운 죄에 피폭된 한국교회는 판단력을 상실하고 선과 악의 길에서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채 쇠락의 길로 추락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문성모 목사
<전 서울장신대 총장•한국찬송가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