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창조 이전의 세계는 어떠했을까? 그 해답은 다음 2절에서 잘 나타나 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느니라”(창 1:2)라고 했다. ‘혼돈’은 질서가 전혀 잡히지 않는 상태다. 그곳은 텅 빈 상황에 칠흑이 지배한 암흑세계였다. 그곳에 하나님의 영이 수면 위에 운행하시면서 빛이 있어라(창 1:3) 하시니 빛이 있었다. 그 빛은 생명의 빛이다.(요 1:4) 넷째 날 하나님께서 만드신 두 큰 광명체인 해와 달을 만드셨다. 첫째 날 창조한 빛과 넷째 날 두 광명체인 해와 달의 빛은 확연히 다르다. 고대 근동 사람들은 해와 달과 모든 별은 빛의 전달자라고 『성경배경주석』 존 월튼 외 4인 저서 「한국기독교학생회 출판부」 2021년 발행, 개정판 17쇄 39쪽에서 밝히고 있다.
모세는 “하나님이 궁창을 하늘이라 부르시니라”(창 1:8)고 성경에 기록했다. 기록할 당시에 애굽인들은 ‘궁창’을 그들이 믿는 최고 신으로 섬겼다. 그 이유는 애굽의 권력자들이 당시 백성들을 손쉽게 노예처럼 부리기 위해 자연을 신격화해 신의 이름으로 통제해 왔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그 증거로 ‘궁창’이 태어난 유래를 허무맹랑하게 이론화시켜 놓았다는 점이다. 성경(창 1:8)은 물론 현대과학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태고의 물의 신 눈(Nun)으로부터 공기의 신 슈(Shu)와 수분의 신 테프누트(Tefnut) 남매 사이에서 태어난 자가 ‘궁창’이라고 했다. 모든 생명은 물과 공기가 있을 때 존재한다. 행복의 조건도, 신의 발상도 그렇다. 이런 이론을 어찌 믿지 않겠는가. 더욱이 요셉의 장인인 ‘보디베라’(창 41:45) 같은 온(On)의 제사장까지 등장시켰고, 오랜 종교적 전통으로 이어진 최고의 신이라고 그들은 말하고 있으니 이 이론에 속지 않을 자가 누구이겠는가. 이를 성서 고고학자인 박성현 교수는 『새로 읽는 창세기』 20-24쪽에서 ‘궁창’이 태어난 유래를 이같이 말하고 있다.
애굽의 왕자로 자란 모세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아왔기에 애굽인들의 최고신인 ‘궁창’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도 그는 그를 ‘신’이 아닌 ‘피조물’인 하늘로 지칭함은 놀라운 일이다. 이 기록을 애굽인들이 볼 때 신성모독 죄요, ‘궁창’의 노여움을 받아 이승은 물론 피안의 세계에서 저주를 받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모세는 하나님 계시 그대로 성경에 기록했다.
그뿐인가. “애굽의 모든 신을 내가 심판하리라. 나는 여호와니라”(출 12:12) 이 성경말씀도 애굽의 세계관을 완전히 뒤엎은 위험한 기록이다. 당시 애굽인들은 물, 궁창, 태양, 땅을 섬겼다. 또 더 놀라운 일은 이스라엘민족이 애굽에서 출애굽할 당시 내렸던 열 재앙을 통해 봐도 그렇다. 애굽 땅의 물이 핏빛으로 변했고, 태양은 그 빛을 잃었을 때(출 7장-12장) 애굽의 신들은 이에 한마디도 거들지 않았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두지 말라”(출 20:3) 이는 하나님의 절대명령이다. 아담과 하와는 그 명령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 먹었기에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했다. 그 뒤 얼마나 많은 역경을 대대로 치렀는가.(창 3장-12장) 이런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겠다.
하재준 장로
중동교회 은퇴
수필가·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