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산책] 한국계 교토국제고 ‘고시엔’대회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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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한국계 「교토국제고(京都國際高)」가 처음으로 《고시엔(甲子園) 고교야구대회》 정상에 우뚝 섰다. 「교토국제고」는 지난 8월 23일 일본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도쿄’ 「간토다이이치(關東第一)高」와 연장 승부치기 결승에서 2:1로 승리하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의 ‘고시엔(甲子園) 대회’에서 무패전승(無敗全勝)으로 우승이 확정된 후, 선수들은 응원하려고 나온 한국교포들과 얼싸안고 기뻐하며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교가를 힘차게 불러댔다. 

이 장면은 일본 최대 공영방송인 NHK를 통해 일본전역에 생중계 됐고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대사도 SNS에 한국어로 “정말 잘했다!”는 축하의 글과 사진을 보내왔다. 여기서 ‘야마토’란 말은 ‘7세기 후반의 니혼(일본)’으로 국호를 정하기 전, 일본의 별칭이며 우리가 「한민족」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일본도 자신들을 「야마토(大和) 민족」으로 부른다고 한다.

‘고시엔 대회’는 16강전 경기부터 NHK가 승리한 고교의 교가연주를 경기장에서 틀어주는 전통이 있다. 패배한 팀은 승리한 팀의 옆에 도열해 서서 승리한 고등학교의 교가를 듣게 되고 NHK는 전국에 이를 생중계 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교토국제고」의 교가는 일본어가 아닌 당연히 한국어이다. 이 한국어 교가 가사(歌詞)는 동해를 건너 ‘거룩한’ 조상의 땅이 있고 우리는 ‘조상의 얼’을 이어 받는다는 의미의 노래다. 

한국을 혐오하는 ‘혐한론자(嫌韓論者)’들이 시비를 삼기 시작했다. 일본의 국기(國技)인 야구대회에서 조센진(朝鮮人) 고교가 일본야구 명문고들을 차례로 패배시킨 것도 창피한 일인데 자기네 땅이 ‘동해건너 한국’이라고 노래하니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하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드디어 학교에 협박전화를 하고 학부모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에 조금도 굴하지 않고 학교측과 학생들은 당당하게 일본 땅에서 한국어 교가를 부른 것이다.

일본 고교야구에서 고시엔(甲子園)은 한마디로 ‘꿈의 대회’로 불린다. 올해 일본 전국의 3천957개 고교 중에서 지역예선을 거쳐 출전권을 따낸 49개 학교가 본선에 진출했으니 81: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본선에 오른 사실 자체가 기적인 셈이다. 거의 대부분의 고교야구 선수들은 프로진출이 아닌 고시엔 본선진출을 목적으로 야구를 하기 때문에 본선에 오르는 것만도 크나큰 영광이라고 한다. 참고로 한국고교의 야구팀은 협회에 등록된 학교는 100개 정도지만 열악한 학교사정으로 인해 실제로 운영 되고 있는 학교는 이보다 훨씬 적다고 한다. 

1915년 시작된 109년의 오랜 ‘고시엔’ 역사상 첫 외국계 고교우승팀이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교토국제고」는 도쿄를 대표해 출전한 「간토다이이치(關東第一)高」와의 결승전에서 연장전 승부치기 끝에 2:1로 「간토다이이치高」를 눌렀다. 전교생이 160명에 불과한 초미니 학교가 재학생 2천500명의 초대형 야구명문 고등학교를 꺾은 것이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동포들이 민족교육을 위해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세운 ‘교토중학교(京都中學校)’가 모체(母體)이다. 현재 재학생 65%가 일본인이고 한국인은 30%에 불과하지만 《한국어-한국사-한국문화》 등을 가르치며 한국계 학교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교가 역시 한국어 노래로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조상 옛적 꿈자리/ 불꽃같이 타는 맘 이국땅에서/ 어두움을 밝히는 등불이 되자/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이라는 교가를 80년 가까운 오랜 세월동안 불러오고 있다. 

「교토국제고」 교가의 노랫말을 보고 필자(박영신 기자)가 눈물이 나는 것은 ‘거룩한’이란 단어이다. ‘거룩한’이란 무슨 뜻인가? ‘성스럽고 위대한’의 뜻으로 기독교에서 인류의 창조주요, 구세주이신 하나님과 예수님을 상징하는 단어인데 「교토국제고」는 우리조상을 이렇게까지 승화(昇華)시켜 높여 노래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교토국제고」의 학생들이 자랑스럽고 또 자랑스럽다. 

문 장로가 이 내용을 글로 쓰고 싶었는데 마침 ‘박영신 기자’가 정성스레 쓴 기사를 보내주어서 ‘신앙산책’의 글로 올려드린다. 독자들의 양해 있으시기 바란다.

문정일 장로

<대전성지교회•목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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