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받은 글을 정리한 내용이다.
칠곡에 산다는 주부가 중고 컴퓨터를 주문했다. 서울에 있는 6학년 딸을 위해서다. 마침 중고 컴퓨터가 있어 서울 집을 찾아갔다.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집안 형편이 넉넉치 않은 것 같았다. “야! 컴퓨터다.” 컴퓨터를 조립하고 있는데 그 사이 6학년 딸애가 들어와 컴퓨터를 보고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었다.
“아저씨 고마워요.”
마치 내가 컴퓨터를 구해 준 은인인 양 좋아했다. 그야말로 천진난만한 어린 소녀였다.
할머니가 아이의 어깨를 토닥거리면서 “학원에 다녀 와라.” 아이는 “네…” 했다. 조립이 끝나고 학원이 같은 방향이기에 태워다 주기로 했다. 십 분쯤 갔을 때, 아이가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고 했다. 차를 세웠다. “아저씨 그냥 가세요.” 아이는 이 한 마디를 남기고는 건물 안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무심코 조수석 시트를 보는 순간, 너무나 깜짝 놀랐다.
조수석 시트엔 검붉은 피가 묻어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적으로 왠 피가? 6학년, 첫 생리인가? 직감했다. 시트를 적신 걸 보니 속옷과 바지도 다 버렸겠구나. 차에서 뛰어내리며 당황하던 아이의 얼굴이 겹쳤다. 당장 화장실 가서 어떻게 하고 있을까? 아마 처음이니 얼마나 놀라고 당황할까? 어떻게 할지 몰라 울고있지 않을까? 그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나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마음이 너무나 급해졌다. 아내에게 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지금 택시 타고 와요. 아니, 그냥 오면서 전화해.” “왜 무슨 일인데?” 아내가 구세주였다. 아내는 다급히 “약국에 가서 생리대와 물티슈 사고 속옷과 치마도 하나 사라”고 주문했다. 급히 아내 말대로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하고, 아내와 같이 그 아이가 내린 곳으로 급히 차를 몰았다. 그동안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아이 이름도 모르는 상황에서. “얘 있니? 아까 컴퓨터 아저씨네 아줌마야~” 말을 건네자 안에서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네~” 그때까지 그 안에서 혼자 울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콧잔등이 짠하고 애처로웠다. 그 안에서 얼마나 불안하고 힘들어 했을까? 아내가 꽃다발 하나 사오라고 했다. 아내 말대로 꽃을 사들고 있는데 이윽고 아내와 아이가 나왔다. 아이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아내를 처음 보고서 멋쩍게 웃어 보이다가 챙겨간 것들을 보더니 막 울기 시작했다. 아내의 얼굴에도 눈물 자국이 보였다. 수습 후 아이가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해서 다시 데려다주었다. “아저씨! 아줌마! 너무너무 고마워요.” 울며 집으로 뛰어 들어가는 어린 소녀를 보며 우리 내외의 눈가에도 이슬이 맺혔다.
아내와 돌아오는 차 속 대화에서 그 집 사정이 여의치 않음을 안 아내는 “그 컴퓨터 얼마에 팔았어요?” “22만 원” “다시 가서 주고 옵시다.”
그래 아내 말대로 계산을 잘못했다며 되돌아가서 할머니께 10만 원을 돌려 드리고 왔다.
그날 밤 열한 시쯤, 아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기 칠곡인데요. 컴퓨터 구입한…”
이 한 마디를 하고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곤 목이 메여 헉헉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을 흘렸고, 아내도 따라서 눈이 빨갛도록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너무도 찐 미담이다. 작은 배려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큰 축복과 힘이 될 수 있다. 나누고 베푸는 관건은 소유가 아니다. 배려와 관심과 사랑의 문제다. 작은 배려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두상달 장로
• 국내1호 부부 강사
• 사)가정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