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이에 게를 한 마리만 넣어 두면 스스로 기어 올라와 빠져나갈 수 있다. 그러나 여러 마리 게가 함께 있으면, 한 마리가 나가려고 할 때 다른 게가 그를 붙잡고 끌어내리며, 결국 모두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다. 이를 크랩 멘탈리티(Crab Mentality)라고 하는데, 남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그를 끌어내리려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뜻한다.
우리 속담 중에도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이 ‘크랩 멘탈리티’와는 전혀 다른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다.
7년 전, 12월 10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댈러스 마라톤 대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여성부 마라톤 1위로 달리고 있던 뉴욕 정신과 의사, 첸들러 셀프는 결승선을 고작 183m 앞두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는데 다리가 완전히 풀린 첸들러 셀프는 더이상 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뒤를 바짝 쫓던 2위 주자에게는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런데 2위 주자 17세 고교생 아리아나 루터먼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는 행동을 했는데 첸들러 셀프를 일으켜 부축하고 함께 뛰기 시작했다. 의식을 잃을 것 같은 첸들러 셀프에게 아리아나 투터먼은 그녀를 밀어주며 셀프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게 도왔다.
그때 미국 국민들의 시선은 1등이 아닌 2위로 들어온 17세 소녀 아리아나 루터먼에게 쏠렸다. 그녀에게는 더 큰 환호와 찬사가 쏟아졌다.
이 사건은 영원히 지구촌에서 함께 살아야 할 인류에게 어떤 행동을 취하는 것이 올바른지, 또 어떤 행동이 우리 모두에게 바람직한지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주었다. 진정한 승부는 경쟁이 아니라 상생임을 깨달을 때 비로소 경기에서 정정당당한 승부가 펼쳐지게 된다. 승자에게는 패자의 아픔을 품는 미덕이, 패자에게는 패배의 쓰라림을 툴툴 털어내고 새롭게 도전하는 용기와 여유가 필요한 때이다.
꽃에 꿀이 없으면 벌이 찾아오지 않는 것처럼, 사람에게 따뜻함이 없으면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 꽃에 향기가 없으면 나비가 날아들지 않는 것처럼, 사람에게 사랑이 없으면 머물러 있는 사람이 없게 된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돕기 위해 태어났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나고, 따뜻한 사람은 따뜻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한평생 수많은 날들을 살아가면서 놓고 싶지 않은 소중한 인연을 만난다는 것은 진정한 축복이다. 지금까지 필자와 인연을 맺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진정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덥고 무더웠던 금년 여름을 보내면서 마치 가을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요즘, 추석 연휴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제 우리 모두는 당쟁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잠시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넉넉하게 명절을 보내시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