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의 길] 장애인의 눈높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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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는 쇠퇴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여전히 성장하는 교회가 있습니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교회가 부흥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모두가 성장은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둥지교회는 코로나가 끝난 이후 2023년에도 부흥했습니다. 엄청나게 큰 성도가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등록 교인수가 30명 가까이 늘었습니다. 지난 30년 목회를 돌아보면서 둥지교회가 장애인과 함께 신앙공동체로서 성장한 이유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중요한 것은 장애인의 입장에서 목회를 해 왔습니다. 교인이 30명쯤일 때 일입니다. 1994년에 개척하고 8년째 되는 해 일입니다. 그동안 매월 조금씩 적립한 돈이 이천만 원이 되었습니다. 공동의회를 열어 무엇을 할까 의논했습니다. 성도들 대부분이 부채를 안고서라도 땅을 매입해서 천막교회라도 짓자고 했습니다. 8년 동안 전세살이를 했으니 우리만의 예배 공간을 갖자는 의견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우리 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장애인들의 이동권과 접근성이라고 설명하며 ‘리프트 버스’를 구입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사실 중증 장애인 한 분을 이동시키는 것은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교회에 오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번을 업고 안고서 휠체어와 차량(승합차)에 탑승을 시켜야 했습니다. 다시 예배를 마치고 집까지 픽업하는 것도 세 번이나 업고 안고 이동시켜야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우리 둥지교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리프트 버스’라는 것을 설득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 힘으로 어떻게 가능하며, 지금 교인 30명 뿐인데 굳이 버스가 필요하냐는 의견도 있어 반대가 많았습니다. 어려운 설득 과정을 거쳐 결국 ‘리프트 버스’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예배 공간 임대 전세금이 3천만 원이었는데, ‘리프트 버스’는 세금까지 약 6천500만 원이 되었습니다. 실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컸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리프트 버스로 말미암아 대구시의 장애인들에게는 엄청난 홍보 효과가 있었습니다. 중증장애인들은 야외 나들이를 가는 것이 어렵던 시절이었습니다. 편의시설과 보장구(전동휠체어)가 잘 보급되지 않았을 때 모든 장애인 단체에 둥지교회 ‘리프트 버스’를 무상으로 임대해 주었습니다. 감사한 것은 그 즈음에 대형버스 면허를 소유한 성도가 등록해 운전에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 후에 목사인 저도 대형면허증 시험에 합격해 종종 ‘리프트 버스’ 운전을 했습니다. 물론 젊은 집사님 중에 두 분이 면허에 합격해 대형면허증 소유자만 다섯 명이나 되었습니다. 아무튼 교인 30명뿐인 교회가 장애인을 위한 ‘리프트 버스’를 운행하니 그 자체가 이미 전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전세로 있던 건물주가 부도를 냈고, 그 건물을 경매로 받아 가장 먼저 한 일이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습니다. 장애인들의 이동과 접근성을 위해서 건물을 뚫어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습니다. 2012년 교인들이 100명이 넘어 가면서 공간이 너무 좁았습니다. 무엇보다 지하철에서 교회가 너무 먼 거리였습니다. 한 번 더 담대하게 교회를 옮기게 됩니다. 다사읍 서재리(지하철 역에서 전동휠체어로 20분 소요)에서 달서구 이곡동(지하철에서 전동휠체어로 5분 거리)으로 이전을 했습니다. 역세권이라 상가 건물 가격이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12년이 지난 아직도 8억 가까운 빚을 안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교회로 쉽게 이동하고 접근합니다. 300평 규모의 공간에 턱을 다 없앴으며, 곳곳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마련했습니다.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춰 섬기고 나눌 때 교회는 점점 부흥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비장애인의 기준이 아니라 장애인의 입장에서 목회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섬김도 친히 인간이 되신 ‘성육신’입니다. 낮아짐을 통해 구원을 이루셨습니다. 목회도 마찬가지라 생각이 됩니다. 이 마음으로 목회의 발걸음을 오늘도 걸어 옮겨 봅니다.    

신경희 목사

<둥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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