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에세이] 기독교인의 추석 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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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이래 처음이라는 올해 무더위가 채 꼬리를 내리기도 전에 추석 준비로 떠들썩하다. 예로부터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는 말로 추석의 의미를 함축해 왔다.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지상과제였던 가난하던 시절 오곡백과가 무르익고 우선 햅쌀이 나와 주린 배를 채워 줄 수 있었으니 다른 예를 들지 않아도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라 한들 자기 땅 한 뙈기도 없는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도 있는 시대인 옛날에는 부자가 곳간을 열지 않으면 가난한 사람들의 배를 부르게 해줄 수 있는 묘책이 없었다. 

이런 연유로 사람들은 제사 생일을 비롯한 혼인이나 여타 기념행사 등에 부자가 곳간을 열 수밖에 없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풍속이라는 것으로 이런 날들에 혼자 먹고 즐기지 말고 온 동네 사람, 더욱 널리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는 잔치를 하게 만들어 왔다. 제사 음식과 생일 음식을 후하게 차리지 않으면 불효가 된다 함으로 많은 음식을 만들어 온 동네에 널리 많은 사람에게 음식을 나누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풍속이 지켜 내려오게 된 것이다.

풍요로워진 오늘에야 그런 것이 다 옛날이야기가 돼 버렸지만 제사라는 형식이 남아 있고 조상숭배라는 가치관과 연결되어 내려온 연유로 아직도 많은 기독인들이 이런 명절이면 제사를 지내거나 달을 보고 소원을 비는 어리석은 일들을 무심결에 하곤 한다고 볼 수 있다. 조상 숭배는 음식을 차리고 그 앞에 절을 하는 것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오늘의 내가 있게 하신 조상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드리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좋은 부모 만나서 잘 자라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면 되는 것이다.

추수에 감사하는 날이었던 추석의 진정한 의미는 우순풍조해서 좋은 수확을 거두게 하신 하나님께 진정으로 감사드리는 데 있다. 그 일을 우선적으로 하면 기독인의 추석쇠기는 완성이다. 달을 보며 소원 빌기라는 풍속은 기독인들은 철저히 끊어야 한다. 이 아름다운 달을 볼 수 있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일로 당연히 바꿔야 한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것으로만 온전한 기독인의 추석 쇠기를 완성해 보자.

오경자 권사

 신일교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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