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여는 시의 향기] 자화상을 그리며 (창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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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

물으심에 나를 들여다 본다.

좌표를 잃고

파선 직전의 돛단배는

이 쪽으로 기울다

오늘은 저쪽으로 배멀미를 앓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어지러움에 더 큰 아픔이다.

나는 나를 모른다

알듯 싶다가도 몰라서

낮의 태양 아래 그림자라도

어디에 있는지 알고파

뛰어보고 느릿 느릿 걸어본다.

도무지 찾지 못한 진정 내 모습이기에

밤이면 더 나를 찾아 헤매인다.

정녕 나는 내가 아니다.

이렇게

내 모습을 찾아

밤이고 낮에도

자화상을 그리는 그림을

몸부림으로 그려낸다.

역시나 휴지로 버리고 만다.

나를 벗기느라 애를 쓰고

그림은 그려지질 않아

자책하듯 꾸짖는다.

아픈 상처를 안고

나는 그날 그날 호흡을 하며

내 속에 나 아닌 내가 살아서

나는 갈등한다.

바울이 오호라 나는 괴로워라고 읊었듯이

나는 이렇게 오늘을 산다.

그러기에

나는 오늘도 자화상을 그린다.

<시작(詩作) 노트>

10월은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 계절인데 맑아지는 가을 하늘을 보노라면 나는 나를 잃는 버릇이 생긴다. 마치 아담이 범죄한 후 무화과 잎으로 부끄러움을 가리고 동산나무 뒤에 숨은 느낌이다. 그때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부르시며 그에게 이르시되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창 3장9절) 물으시듯 지금 나의 좌표는 과연 어디인가 궁금하다. 아담의 뜻이 사람이듯이 우리 인간은 살아감이 내 속의 갈등으로 나의 순수함을 잃고 방황하며 오늘을 산다. 그러기에 자화상의 그림을 그려보라는 것이다.

사도 바울도 로마서 7장에 보면 바울이 아닌 다른 바울이 속에서 선과 악의 싸움으로 갈등함을 말씀했다. 좋은 계절 이 가을에 우리 모두는 자화상을 그리며 우리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10월이었으면 한다.

김순권 목사

<증경총회장•경천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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