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봄이 되었다. 아직은 세상 물정도 모르는 소년이지만 금년 한해가 나의 일생을 좌우할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기에 긴장 속에 맞이한 새로운 해였다. 이제 초등학교 졸업반이 되었으니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중학교에 합격하는 것만을 생각하며 학교에 등교했다. 처음 만난 담임 선생님은 얼굴에 웃음이 보이지 않는 몹시 무서운 선생님으로 보였다. 따라서 이때부터는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하라는 공부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될 것이라는 각오로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에 나는 원효로에 살았고 마침 집 앞에는 효자동 가는 버스가 있어 이를 타고 광화문에 있는 학교로 매일 등교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너무도 당연한 콩나물 버스였기에 아침 6시에 일찍이 집을 나와 조금은 한가한 버스를 타고 다니는 강행군을 했다. 덕분에 앞 자리에 자리가 있어 앉아서 다닐 수가 있었고, 나는 버스에서 안정을 취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학교를 다니면서 선생님의 교육을 따라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때인 어느 날 종례시간에 선생님은 조금은 심각한 표정으로 교실에 들어와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칠판 한구석에 100이라는 숫자를 적었다. “이제 100일 후에는 중학교 입학시험이 있는 날이다. 따라서 오늘부터는 매일 종례가 끝날 때에는 반장의 구령에 맞춰 ‘며칠 남았습니다’라고 크게 외치고 종례를 마친다”고 한 후 반장에게 선창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 후부터 “99일 남았습니다” 시작으로 매일같이 숫자를 줄여나가면서 합창하듯 소리를 질렀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이냐?’고 생각했는데 숫자가 하나씩 줄어들면서 마음속에 어떤 새로운 각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편 그날 저녁에 집에 와서 아버지께 이런 말씀을 드렸더니, ‘선생님이 긴장하자고 그러시니 우리는 내일 아침부터 100일 기도를 드리자’고 말씀하셨다. 이를 계기로 나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매일 아침에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중학교에 합격하게 해달라는 나의 소원을 간절하게 바라면서 기도’하게 되었다. 이 기도는 학교에 가는 버스 안에서도 계속되었으니 아마 내 일생에 가장 간절하게 드렸던 ‘100일 새벽 기도회’가 아닌가 여겨진다. 그리고 마침내 시험 당일이 되자 마지막으로 아침에 일어나 ‘열심히 공부한 것이 헛되지 않게 시험을 잘 보게 해달라고 다시 한 번 간절하게 기도’하고 학교에 가서 시험을 치르고 무사히 합격했다. 그 때 나는 정말 이루어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열심히 기도하고 노력하면 반드시 응답해주신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확인했다.
인생을 살면서 이제는 나의 인생을 정리할 때라고 여기는 요즘에 들어서서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오히려 어렸던 시절에 신앙도 있었고, 내가 드렸던 기도가 오히려 진실되지 않았나 여겨진다. 정말 그때에는 내가 진정으로 기도하면 그 기도가 정말 이루어진다고 확실하게 믿었고, 실제로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지금 드리는 기도는 조금은 형식에 치우치기도 한다고 자책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이제는 기도하는 시간은 조금 늘었지만 조금은 형식에 치우치는 기도를 하지 않나 돌아보게 된다.
이러면서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고 명하신 말씀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인 것을 깨닫게 됨을 확실하게 느끼면서 감사하게 된다.
백형설 장로
<연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