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코니아] 영원한 피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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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북부 알바니아에는 피비린내 나는 싸움과 복수의 법칙 카눈이 있습니다. 카눈은 나라의 법이 아닌 지역의 관습을 모아놓은 법규집이며 ‘규칙’을 뜻하는 그리스어 ‘kanun’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가족 또는 친족을 죽이거나 가문의 명예가 더럽혀졌을 때 피해당한 가문은 피해를 준 가문의 사람을 반드시 죽였는데 이것은 알바니아의 풍습, 명예 살인입니다. 국가 차원에서 카눈을 살인죄로 엄벌하거나 보호 구역을 만들어 카눈의 대상자들을 수용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호 구역을 나가는 사람은 자신의 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이스마일 카다레는 이런 내용을 소설에 담아 노벨문학상 후보대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성서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고대 혈연공동체 안에 있는 고엘 제도입니다. 이스라엘에서는 형이 죽으면 동생이 대를 잇기도 했으며 친족이 잘못했을 경우 죗값을 대신 무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죽임을 당했을 때 복수를 위해 복수자로 나섰습니다. 이로 인해 동해보복법이 생겼습니다. 신19:21은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생명은 생명으로, 손은 손으로, 발은 발로, 해(害)를 끼친 만큼 해를 가한다는 법이 있지만, 보편적으로 인간은 그 이상의 보복을 하려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고의가 아닌 실수의 경우입니다. 그래서 나온 제도가 ‘도피성’입니다. 도피성은 castle(성)이 아닌 city(도시)이며 크기는 보통 1km 정도입니다. 누가 이곳으로 피했습니까? ‘부지중 살인한 자’입니다. 그 당시 살인자는 즉시 처형했으며 부지중 살인한 자는 살려주었습니다. 이런 자들이 피할 수 있는 도시가 6곳이 있었습니다. 이 도시는 어느 지역에 있든 약 32km 떨어진 곳이며 하룻길 만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성읍으로 가는 길의 폭은 약 14m가량으로 넓게 닦아 놓았습니다. 갈림길에서는 ‘미클라트'(도피성)라는 푯말을 세워 누구든지 쉽게 도피성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게 했습니다. 

오늘날 도피성은 무엇입니까?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구약의 도피성은 부지중 살인한 자가 찾아가는 곳이지만, 예수님께서는 죄인을 직접 찾아오십니다. 그분은 언제 어디서나 찾을 수 있고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분의 용서는 영원합니다. 이것이 디아코니아의 모습입니다. 프랜시스 쉐퍼는 제2차 세계대전 후 폐허가 된 유럽 교회를 3개월간 13개국을 방문합니다. 그는 유럽 교회 지도자들을 만나 교회의 분열과 신학적 방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그는 유럽 선교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1955년 스위스에 라브리(L’Abri) 공동체를 만들었는데 불어로 ‘피난처’, ‘도피처’란 뜻입니다. 우리도 주님을 본받아 여러 가지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도피성처럼 섬기는 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위임목사•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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