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8월과 9월이 이 땅을 지나갔다. 한낮의 기온이 섭씨 35를 넘는 것이 예사로 여겨지는 여름을 보냈고 가을이 왔는데도 이름만 가을이지 폭염은 계속되었다. 자연과 기상은 하나님의 영역으로 알고 인류는 살아왔는데 이제 사람들은 자기네의 무절제한 생활방식으로 인해 자연의 균형이 깨지고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그 심각한 결과를 겪고 있다.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땀을 쏟고 곳곳에서 일찍이 보지 못한 기상이변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해는 어제나 오늘이나 동일하게 빛과 열을 태양계에 보내주고 있는데 유독 생물이 존재하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창조이래 보호막 역할을 해오던 오존층이 훼손되어 과열현상을 초래하고 있으니 창조주 하나님께서 몹시 못마땅해 하시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교회마다, 믿음 있는 자들마다 무분별한 자연파괴를 회개하고 탄소배출 감소 등 전세계적인 노력을 더욱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라고 기도하지만 면목이 없을 뿐이다.
하나님은 역사를 주관하시면서 잘못을 저지르는 인간사회에 홍수나 가뭄, 지진 등 자연재해로 징벌하기도 하시지만 궁극적인 자비로 회복을 허락하시고 나라들이 제 땅을 잘 가꾸어 낙토를 건설하고 번영을 누리도록 해 주셨다. 일시적으로 자연의 훼손이 발생하더라도 신비한 복원력으로, 예컨대 대량의 원유 유출로 인한 해상, 해안 오염도 십수 년이 경과하면 말끔히 원상을 되찾아 어민들이 생업을 영위하도록 긍휼을 베푸셨다. 그런데 21세기에 인류를 덮친 지구온난화는 전연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로 원인과 결과가 구명되었음에도 사람들은 무분별한 열대우림의 파괴를 계속했고 산업활동에 의한 탄소배출을 선진국이 솔선해 억제하는 대신 정치적인 이유로 요리조리 유예하는 계략을 행사하고 심지어 각국의 정치지도자들 가운데는 온실가스 위해를 음모론으로 격하해 인기를 모으려는 사례도 나타났다. 우리가 살아온 반세기에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가량 올라갔고 그 상승속도는 가속화되어 우리의 후손들은 그들의 수명이 계속하는 동안에 무려 2도 이상의 기온상승을 보게 된다는 경고는 바로 인류 형벌의 선고이다. 여기엔 집행유예도 없고 2심, 3심의 상소도 없다.
아무리 노염이 극성을 부리더라도 9월 하순부터 선선한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오고 사람들은 그 무섭던 무더위를 잊어버리고 가을의 낭만에 젖게 된다. 그러면서 우리들의 기도는 절박함을 잃어버리고 국가지도자들은 다시 기후변화 대책 예산을 감축하려 들지 모른다. 그러나 오는 가을, 겨울, 그리고 내년 봄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한시도 내 사랑하는 아들, 딸, 손자, 손녀들이 겪을 10년 후, 20년 후의 여름을, 그 못 견딜 무더위를 잊어서는 안된다. 이미 2030년에 이 땅에 40도 여름 낮기온이 예고되어 있다. 그것은 온전히 지난 한 세기 동안에 인류가 저지른 방만한 자연관리의 결과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어떤 식으로 은총을 베푸실 지, 무심히 고통을 바라보실 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의 기도에 하나님께서 응답하실 때에도 그의 도우심은 인류의 자구노력이 어찌 되어 가는지 기다려 기적을 보여주실 것이다. 우리가 후손들이 겪을 여름 불볕더위를 안타까워 하는 것보다 몇 배 더 하나님은 자신이 창조하신 인간의 장래를 걱정하고 계실 것은 분명하다.
김명식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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