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기념주일이 다가왔다. 금년이 507주년이라고 한다. 여기저기 기념예배 소식이 들리고 대형 교회들이 주도하는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차별금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큰 기도회가 계획 중이고, 이를 비판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그래서 자칫 금년의 종교개혁 주일은 ‘자기 개혁’보다는 ‘남을 개혁’시키기 위한 종교개혁 기념주일이 될 공산이 크고 마음 한구석 염려도 있다.
원래 종교개혁은 먼저 자기 개혁이었고 더 나은 종교, 교회의 더 큰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개선 운동이 아니라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뼈아픈 자기반성에서 출발했고, 남의 잘못을 고치려는 운동이 아니라 자신을 바로 세우기 위한 몸부림이었고, 더 좋고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발전을 모색한 노력이 아니라 본래의 교회로 돌아가기 위한 자기 개혁이었다. 교회의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개혁이기보다는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한 회개운동이었다.
오늘의 교회 개혁 역시 먼저 자기반성과 자기 개혁이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종교개혁주일 역시 507년 전의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명절로서가 아니라 변질된 스스로를 과감하게 개혁하는 참회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사회적 신뢰 회복이나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의 증대를 위한 전략으로서가 아니라 겸손한 자기반성으로 교회의 본질적 정체성의 회복의 결단이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교회가 무엇인가?’를 다시 물어야 하고 망가지고 허물어진 부분을 보수하고 복원해야 한다.
아프지만 지금 우리 한국교회는 신뢰 상실로 인한 사회적 영향력 감소와 교회의 위축, 교회조차 정치적 이념 대립으로 갈등에 빠지고 편 가르기 역시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 같다. 최근에 발표된 ‘한국교회 트렌드 2025’라는 문서를 보면 교회의 쇠퇴를 실감하게 되고 위기감조차 부인하기 힘들다. 교회 출석률을 심각하게 감소시킬 유반젤리즘 현상이나 평신도 사역의 현실적 한계, 무엇보다 교회의 거룩성 약화는 교회 정체성의 심각한 위기를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는 현실적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문제는 그 해법이다. 먼저 우리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금 우리는 정직하게 자신의 좌표를 확인해야 한다. 아직도 지난 70년대 누렸던 풍요에 취해서 자신이 개혁의 대상이라는 것조차 모르고 있거나, 또 소위 깨어 있다는 자만심으로 무조건 교회가 다 망가진 것처럼 폄훼하고, 교회에 대한 아무런 애정도 없이 교회를 마치 적대적 세력처럼 공격하는 슬픈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이 종교개혁 기념주일에 우리 겸손히 스스로를 돌아보자. 대책 없는 비판이나 자기 열등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위장 술책으로서의 교회 개혁을 주장하기보다는 애정을 가지고 겸손히 돌아보자.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임을 기억하며 자신들의 잘못된 생각과 무관심이 그리스도의 몸을 얼마나 많이 훼손하고 있는가를 정직히 돌아보자. 남을 개혁하려고 하지 말고 먼저 자신을 개혁하자. 객관적으로 정직히 교회를 봐야 하지만 교회에 대한 깊은 애정의 눈으로 교회를 봐야 한다. 잘못되고 비뚤어진 교회도 문제이지만 애정 없는 교회 비판과 폄훼도 문제이다. 마치 교회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자신의 선명성을 나타내는 것인 양 애정 없는 개혁, 애정 없는 비판도 문제이다.
우리 한국교회는 분명히 개혁이 필요하다. 여기저기 본질이 훼손되어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인류 구원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 교회이고, 지금도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통해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 가시고 주님은 지금도 교회를 자신의 몸으로 인정하시고, 그리고 부족해도 우리가 주님의 손발로 세워지기를 원하신다.
우리는 교회의 또 하나의 명절로서 종교개혁 기념일을 맞지 말고 순전한 마음으로 교회의 현실을 돌아 보고 주님의 몸된 교회를 더욱 온전하게 세워가는 기회로 종교개혁 기념주일을 맞고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만규 목사
<신양교회 원로>